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8일 ‘이명박 X파일’ 의혹을 전격 제기하고 나온 데는 ‘정권 차원의 이명박 죽이기’ 의혹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 전 시장 및 친ㆍ인척 부동산을 둘러싼 검증 공방으로 최근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측의 고소ㆍ고발로 촉발된 검찰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X파일’의 진원지로 국정원을 정 겨냥했다. 국정원의 국내담당 최고책임자가 이 전 시장을 음해하기 위해 X파일을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국정원 국내담당 팀장 P씨, 대구 출신 K씨와 팀원 3, 4명을 X파일 작성 라인으로 지목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국정원 단장 L씨가 자신의 후임 K씨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이명박 관련 보고서가 누구누구에게 있으니 잘 관리하라’고 했고 ▦2005년 검찰의 청계천 복원사업 비리 수사가 시작될 당시 국정원의 서울시 담당 책임자가 이 전 시장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지 않자 보직을 변경했으며 ▦X파일을 3개의 보고서로 만들어 권력 실세들에게 줬다는 관련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유출된 이 전 시장과 친ㆍ인척의 부동산 관련 자료, 주민등록 이전 자료, 전과 기록 등이 당시에 수집된 자료가 아닌지 국정원장이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가 정보기관이 권력을 이용해 야당 후보의 ‘뒷조사’를 한 셈이어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보기관의 성격상 의혹의 화살은 청와대까지 향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는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는 X파일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원의 검찰 고발 요구에 대해 일단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당장 고발할 분위기는 아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는 이 전 시장측의 전략적 목표가 X파일 실체 규명보다 국정원이 상징하는 정권과의 대립 각 세우기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래서 박 전 대표와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반대 기류를 등에 업어 지지율을 유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대전지역 선대위 발족식에서 “무능한 정권이 정권 연장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을 떼고 남은 임기 중에 민생을 살피겠다고 해서 탈당을 했는데 민생은 어디로 가고 이명박 후보가 되지 않는데 골몰하는 현상만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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