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 도전에 나선 ‘베어벡호’가 뜻 밖의 암초를 만났다.
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한 후 현지 훈련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정상 훈련을 소화하고 있지 못한 것.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당초 7일부터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훈련장 그라운드 상태가 도저히 정상 훈련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 아예 계획된 훈련 스케줄을 포기한 상태다.
대표팀은 7일 오후 쿠닝안경기장에서 현지 도착 후 첫 훈련을 가졌다. 1시간 10여분의 훈련이 끝난 후 선수들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일명 ‘떡잔디’로 불리는 카우 그래스가 깔려 있어 한국 잔디에 비해 미끄럽고 잘 패일 뿐 아니라 그라운드에 굴곡이 심해 제대로 볼 컨트롤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대표팀은 8일 오전에는 장소를 세나얀경기장으로 옮겨 사우디아라비아전을 겨냥한 비공개 전술 훈련을 실시했지만 역시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박일기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통역에 의하면 대표팀은 이날 1시간 30분 정도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적응하지 못해 훈련에 차질을 빚자 예정보다 20분 가량을 당겨 훈련을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쿠닝안경기장보다는 그라운드 사정이 나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세나얀경기장도 그라운드가 울퉁불퉁한데다가 딱딱하기 그지 없어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공격수들은 이날 정상 훈련을 실시하지 못한 채 동료가 연결해주는 볼을 그라운드에 닿기 전에 슈팅으로 연결하는 훈련을 소화하는데 그쳐야 했다. 그라운드에 놓인 볼을 슈팅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발목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생각해 낸 궁여지책이라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훈련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당초 목적했던 훈련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베어벡 감독은 급기야 8일 오후와 9일 오전 훈련도 모조리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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