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자문대사요? 무슨 일 하는지 우리도 몰라요.”
외교통상부가 파견하는 국제관계자문대사를 두고 있는 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그 업무에 대해 묻자 십중팔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외교부는 1991년부터 공관장 등을 역임한 고위급 간부를 1년씩 광역자치단체에 파견, 국제교류 협력업무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특별한 업무 없이 ‘시간만 때운다’는 지적이다.
퇴임 앞둔 외교관료의 소일거리
현재 국제자문대사는 서울과 부산 인천 대전 경기 강원 전남 제주 경북 등 9개 자치단체에 파견돼 있다. 자문대사는 외교부에서 봉급을 받는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부시장(또는 부지사)급으로 예우, 사무실과 직원, 관용차, 업무추진비(약 100만원) 등을 지급하고 있다.
자문대사는 정년을 앞둔 외교부 간부들이 파견돼 머물다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부산시의 2005년과 2006년 자문대사는 모두 1년 근무한 뒤 외교부로 복귀해 곧바로 퇴직했다. 대전시 등 다른 자치단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때문에 외교부가 퇴직을 앞둔 관료에게 만들어준 자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 지자체의 국제교류 업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나마 일반 직원들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문대사의 업무는 외국도시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시 이를 검토하고 외빈의 의전이나 시장의 외유를 돕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문대사가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라면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문대사가 외교부로 복귀할 때 해당 자치단체장이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인간적인 측면 때문에 대부분 좋게 평가해주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일부는 “필요 없어 요청 안 해”
16개 시도 가운데 7개는 외교부 자문대사가 없다.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북도와 광주시는 90년대 중반 각각 한차례와 두 차례 자문대사를 받았으나 이후 파견요청을 하지않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외교보다 경제쪽에 신경을 쓰다 보니 통상 전문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도는 자문대사를 한번도 두지 않았으며, 국제업무로 자문 받을 일이 있으면 대전시 자문대사를 활용한다.
“외교부 인사적체 해소수단”
일부 자문대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흥식 대전시 자문대사는 2009년 국제우주대회(IAC)와 2010년 세계사이언스파크협회(IASP) 총회를 유치하는데 크게 기여해 감사패까지 받았다. 대전시 직원은 “최 대사는 ‘탁상 자문’에 그친 역대 대사들과 달리 국제행사 유치 때마다 공무원, 과학기술인, 기업인 등과 함께 발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예외로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외교부 일각에서도 지자체 자문대사 파견제도에 대해 “고위직 외교관이 넘치다 보니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주요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관례적으로 국장을 마치고 해외주재 대사로 나가야 하는데 적체가 심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승진이 안 된 경우 쉬어가는 자리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지자체는 의전보다 경제적 실리 찾기에 힘쓰고 있다”며 “상근직 자문대사보다 필요할 경우 민간이든 중앙정부든 자문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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