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윌리엄스(31위ㆍ미국)는 전세계 스포츠 역사에서 ‘편견과 차별’을 넘어선 여성 스포츠 스타로 꼽힌다. 흑인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를 정복해 피부색의 벽을 뛰어 넘었고, 우승 상금을 남녀가 동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여 양성 평등을 이뤄낸 주인공이다.
‘흑인 여성 전도사’ 윌리엄스가 자신의 통산 4번째 윔블던오픈 우승을 달성했다. 윌리엄스는 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 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마리온 바톨리(19위ㆍ프랑스)를 2-0(6-4 6-1)으로 제압하고 우승상금 12억8,500만원을 거머쥐었다. 메이저 통산 6번째 우승. 랭킹 31위의 윌리엄스는 130년 윔블던 역사에서 가장 낮은 순위로 우승컵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여자 테니스선수 가운데 최고 속도인 시속 207㎞의 강서비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윌리엄스에게 바운드가 낮고 스피드가 빠른 윔블던의 잔디 코트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윌리엄스는 결승전에서 시속 200㎞에 육박하는 서비스를 꽂으며 준결승전에서 쥐스틴 에냉(1위ㆍ벨기에)을 꺾는 돌풍을 일으킨 바톨리를 압도했다.
윌리엄스가 거머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역대 최다 금액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윔블던의 우승 상금은 남자 단식에 비해 적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윔블던이 2007시즌부터 우승 상금에 남녀 평등을 도입했다. 계기는 바로 이번 대회 우승자인 윌리엄스의 선언 때문. 윌리엄스는 2005년 “윔블던 우승 상금이 남자와 여자가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네스코의 양성 평등 대사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이를 홍보했다. 그 결과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를 검토했고 올시즌부터 우승 상금이 남녀 단식에 똑같이 지급됐다.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지난 해 손목 부상으로 랭킹 46위까지 떨어진 윌리엄스는 2007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결장하고 프랑스오픈 3회전 진출에 그쳤으나 윔블던에서 강적 마리아 샤라포바(2위ㆍ러시아)를 물리치는 등 선전을 거듭한 끝에 2005년 윔블던 우승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가 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비너스가 패권을 거머쥐면서 2000년대 초반을 호령한 ‘윌리엄스 자매 시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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