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따른 노사 갈등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랜드 그룹이 비정규직 문제의 최대 격전장이 되고 있다.
이랜드 계열 유통업체 홈에버(옛 까르푸)와 뉴코아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해고를 계기로 전개돼 온 노사 대립 구도가 정부는 물론 민주노총까지 가세하며 노ㆍ사ㆍ정 정면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랜드사태 해결 방향에 따라 재계와 노조 양쪽으로부터 개정 또는 폐지 압력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법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민주노총의 점거 농성으로 뉴코아 강남점 등 대형마트 13곳의 영업이 중단된 이랜드사태의 도화선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둘러싼 노사간의 극단적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이랜드는 1일부터 홈에버의 계약직 계산원 1,100명 중 521명만 골라 정규직으로 바꿔 주었다. 뉴코아 비정규직 계산원 223명에 대해선 외주 용역화 방침을 정하고 무더기 해고했다.
사측의 이런 방침은 ‘2년 후 정규직 전환 의무’와 ‘차별 시정 제도’가 핵심인 비정규직법의 부담을 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이들의 업무를 외주 용역으로 돌리면 이랜드 입장에선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노무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이랜드 노조는 회사 방침에 대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산원 업무 외주 용역화 반대를 주장하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5월부터 불거진 노조의 저항은 지난달부터 주말을 이용해 뉴코아 강남점 등을 점거하는 게릴라성 시위로 이어졌다. 특히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홈에버 상암점을 점거해 열흘 가까이 영업을 방해함으로써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이랜드사태는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사 갈등 해법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사측의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이랜드 노조가 승리할 때 국내 전체 비정규직의 권리도 보호 받을 수 있다”며 이랜드사태를 국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최전선으로 규정했다. 노동부도 이번 사태가 비정규직법에 대한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사태 해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일터에서 몰아내고 노사갈등만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최근 이랜드 사측의 외주화 방침에 대해 “너무 성급했다”며 정면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 송파구청, 서울대병원, 정보기술(IT) 업체 코스콤 등에서도 비정규직 해고와 용역 전환을 놓고 노사가 맞서고 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