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가 시행 되면서 우려했던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정됐지만 임기 후 1년부터 주민소환이 가능하므로 실제 법 적용은 이 달 1일부터였다.
우리는 주민소환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인정하지만 이해집단의 이기적 논리에 휘둘릴 수 있고, 반대 정파의 정치적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 차례 세심한 준비를 강조했었다.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주민소환제를 들고 나온 곳은 경기 하남시다. 지역 '광역화장장 유치 반대 대책위원회'는 일찌감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준비해 오다 법 시행과 동시에 주민 서명작업을 시작했다.
대책위가 유권자 15%(기초단체장 경우)의 서명을 받고, 주민소환투표가 공고되면 즉시 시장 직무는 정지된다. 찬반이 팽팽한 경우는 물론, 20~30%의 반대 주민만 결집시킬 수 있으면 언제라도 시책을 중단시키고 단체장까지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셈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도 여론조사에서 55대 40 정도로 찬성의견이 우세하지만 10%(광역) 유권자의 서명을 받으면 도지사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도시 재개발계획을 둘러싸고 서울 강북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시작됐으며, 주민비하 발언, 부적절한 출장 등을 이유로 전국적으로 벌써부터 10여 곳에서 주민소환이 시작되고 있다. 단체급식이나 사학 설립, 도로 정비 등 찬반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을 둘러싸고도 손쉬운 비토 수단으로 이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법 제정 당시부터 지적했듯이 주민소환제 청구사유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장들은 적법한 행정행위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찬성하는 주민들을 모아 '주민추인제'와 같은 투표를 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소환에 이어 각종 가처분 소송과 헌소 청구 등이 뒤범벅되면서 시책과 행정이 마비될 것이 우려된다.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견됐던 문제점들을 추스르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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