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작은 규모의 연극이 올려지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요즘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이 주최하는 제9회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다.
오페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큰 스케일과 화려한 무대, 웅장한 오케스트라는 없지만, 200여석의 아담한 극장에서 성악가의 표정과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올해는 모두 실험적이고 새로운 현대 오페라로만 꾸몄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풀랑의 <목소리> 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세종오페라단이 리 호이비의 <더 스카프> 와 스트라빈스키의 <요리사 마브라> ,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은 올해 타계한 작곡가 지안 카를로 메노티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글로벌링크스!> 를 준비했다. 도와주세요> 요리사> 더> 모차르트와> 목소리>
뒤의 세 작품은 한국 초연이고, 앞의 둘도 별로 공연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대사는 한국말로 바꿨고, 연주는 오케스트라 대신 엘렉톤이 맡는다. 티켓값은 2만, 3만원으로 저렴하다.
<목소리> 는 장 콕토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모노 오페라. 5년 동안 사귀던 남자로부터 절교 당한 여인이 그 남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 전화 줄로 목을 감아 자살한다는 내용으로, 현대인의 소통 부재를 표현한다. 목소리>
소프라노 진귀옥이 40분간 혼자 무대에 올라 노래와 연기를 펼친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는 질투로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살리에리의 심리를 그렸고, 안톤 체호프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더 스카프> 역시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살인을 그린 심리극이다. 더> 모차르트와>
<요리사 마브라> 는 여장 남자 요리사를 소재로 한 희극이고, <도와주세요…> 는 아이들이 음악의 힘으로 외계인을 물리친다는 독특한 내용의 오페라다. 22일까지 3주동안 매주 목~일요일에 공연이 열린다. 도와주세요…> 요리사>
좋은 의도로 의욕적인 프로그램을 짰지만, 축제라고 하기엔 참여 단체가 적어 아쉽다. 서울시에서 일부 후원을 받고 있지만 기업 후원은 전무해 프로그램 책자에는 그 흔한 광고 하나 없다. 소극장오페라축제는 한 때 12개 단체가 참여하기도 했지만,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참여 단체가 크게 줄었다. 초연, 혹은 창작 작품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관객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세종오페라단 장선희 예술감독은 “언제까지 바로크나 낭만 음악만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극장에서는 모험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실험적인 현대 오페라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은 “소극장오페라는 큰 무대에서는 하기 힘든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음악인들에게 훈련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