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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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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

입력
2007.07.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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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에바디, 아자데 모아베니 지음ㆍ황지현 옮김 / 황금나침반 발행ㆍ320쪽ㆍ1만2,000원

이란의 형법에서 여성의 생명 가치는 남성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

1996년 세 남자에게 강간, 살해당한 11세 소녀의 가족들은 그 소녀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남자들을 처형하는 대가로 수천달러의 보상금을 내라는 판결 때문에 전 재산을 잃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여성은 남성이 받는 보상의 절반을 받고, 고환에 상처를 입은 남성은 목숨을 잃은 여성과 같은 보상을 받는다. 여성은 이혼을 요구할 수도, 양육권을 가질 수도 없다.

2003년 이슬람 여성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60)는 이처럼 인간, 특히 여성의 존엄성을 짓밟는 역사에 맞서온 인물이다.

부모가 이혼한 후 마약 전과가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폭행 당해 죽은 어린이, 학생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사망한 청년, 교도소 주변 사진을 찍으려다 체포돼 구류 도중 의문사한 사진기자…. 에바디는 혁명과 종교의 이름 아래 희생된 사람들을 대변했고, 편파적인 이슬람 법전에 맞서고, 가부장적 체제로 권리를 잃은 여성들을 위해 싸웠다.

그는 23세에 판사가 됐으나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호메이니의 신정(神政) 체제에 의해 판사직을 박탈당했다. 이유는 감정적인 여자는 판사에 적합치 않다는 것이었다. 반정부 조직과 관련된 신문을 팔다 20년형을 받은 시동생이 복역 도중 처형되는 사건을 겪은 후 에바디는 인권변호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정부의 암살 대상 명단에 오르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지만 그는 이란을 떠나지도, 싸움을 그만두지도 않았다. 그의 삶과 투쟁이 담긴 이 책의 출간 역시 싸움의 결과다. 에바디는 미국의 통상금지국가 도서 수입 금지령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자서전을 낼 수 있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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