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전 총리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음해한 혐의로 위기에 몰렸다.
6일 르 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사르코지가 내무장관이던 2004년 그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음을 암시하는 거짓 정보를 흘린 혐의로 파리 17구역의 고급 아파트촌에 있는 빌팽 전 총리의 자택을 5일 밤 압수수색했다.
대권의 야망을 갖고 있던 빌팽 전 총리는 사르코지의 대선 행보를 가로막기 위해 시라크 전 대통령과 공모, ‘클리어스트림 스캔들’로 불리는 불법 뇌물수수 사건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이란 룩셈부르크 클리어스트림 은행의 계좌 소유주들이 대만에 프랑스 무기를 팔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가짜 리스트가 은밀한 루트를 통해 공표된 사건으로, 이 리스트에는 사르코지를 비롯한 프랑스 정치인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
이 스캔들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긴장관계에 있던 사르코지와 시라크의 관계는 더욱 껄끄러워졌다.
약 여섯 시간에 걸쳐 이뤄진 이날 압수수색은 전직 정보기관 관리인 필립 롱도가 2004년 작성한 컴퓨터 파일들이 복구돼 빌팽 전 총리가 사건에 연루된 직접적인 증거들이 나옴에 따라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복구된 파일들에는 빌팽 전 총리가 시라크의 지시를 받고 당시 유럽항공방위우주(EADS) 그룹 부사장이었던 장 루이 제르고랭에게 클리어스트림 은행의 가짜 계좌 리스트를 익명으로 한 판사에게 보내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롱도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컴퓨터 파일들을 삭제했다.
그러나 빌팽 전 총리는 “가짜 리스트 유출에 아무런 역할도 한 바가 없다”면서 “새 증거는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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