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2년 넘게 벌였던 피 말리는 접전이 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8년간 동계올림픽 유치만을 위해 밤낮으로 뛰었던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에게는 4년 전과 똑같이 재현된 ‘과테말라 악몽’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련의 순간이었다.
평창의 2번째 도전이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가며 현지에서 총력전을 벌였던 정부, 유치위, 삼성 등 관련 당사자들은 패인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과 러시아 거대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의 물량 공세에 밀렸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러시아가 미인계까지 동원했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도 돌았다.
물론 100여명에 달하는 IOC위원들의 개인적 성향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패인을 한가지로 딱 꼬집어 얘기할 순 없다. 지난 일주일간 과테말라 현지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취재하며 느낀 것은 평창이 모든 측면에서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유치위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분명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실패로 자칫 패배주의에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는 안 된다.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왜 또 다시 실패를 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기 보다는 국제 동계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빙상에서 김연아와 이강석, 이상화 등 젊은 유망주들이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쇼트트랙에 편중돼 있는 전반적인 경기력에는 문제가 없는지, 동계올림픽을 치를 만한 토대는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단지 동계올림픽 유치만을 겨냥하지 말고 동계스포츠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양분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절망은 없다.
과테말라시티=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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