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A사립대는 법대가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었지만 사법시험 합격자는 고작 5명이다.
그나마 전체 합격자의 절반이 넘는 3명이 2차 시험 합격자 수 1,000명 시대를 연 2004년 이후 합격했다. 이 대학 학생들에게 사시는 말 그대로’ 바늘구멍’인 셈이다.
서울 시내 중ㆍ하위권 대학인 B사립대 법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10년간 사시 합격자는 고작 30여명이다. 1년에 3명 꼴이다.
2009년 3월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법조인이 되고싶어도 ‘현실적인 실력 차이’로 꿈을 접어야 했던 서울 중ㆍ하위권 대학과 지방대생들에게 법조인으로 가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로스쿨 정원의 3분의 1 이상은 다른 학교 출신자가 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대 로스쿨 정원이 200명이라고 가정하면 66명 이상을 다른 학교 출신자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대 사시 합격자 배출 2, 3위인 고려대 연세대 등 로스쿨 인가가 유력시되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당초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로스쿨 법안에는 ‘다른 학교 출신자가 3분의 1 이상 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었으나 법안심사소위 심의 과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서울 중ㆍ하위권 대학 및 지방대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실력만 있으면 주요 대학 로스쿨 진학이 가능해진다.
로스쿨은 4년 학부성적과 법학적성시험(LEET), 외국어능력을 필수 전형자료로 활용한다. 이동진 교육부 대학원개선팀장은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로스쿨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설령 실패해도 학생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타 학교 출신자 의무배정 규정으로 로스쿨 진학 기회는 오히려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법학과 출신의 법조계 진출도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타교 출신자 의무배정과 마찬가지로 비법학과 출신도 3분의 1 이상 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인문사회계열을 비롯해 공대 의대 등 자연계열도 로스쿨 진학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정영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아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로스쿨을 개원하는 만큼 다양한 전공자가 지원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대학 법대에서는 “인위적으로 로스쿨 정원을 다른 학과나 타 대학 출신 학생들에게 배정하는 것은 법학 전공자나 해당 대학 재학생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간 치러진 사법시험에서 1% 이상의 합격자를 낸 대학은 14개에 불과했다. 전국 97개 대학에 법대가 설치된 점을 감안하면 14%에 그치는 수치다.
서울대가 39.3%로 가장 높았고 고려대 17.8%, 연세대 9.7% 등으로, 이들 ‘빅3’ 대학을 합친 비율은 66.8%나 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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