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연극을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작품을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극단을 차려서 하고픈 작품을 만들기로 작정한 거죠. 그 첫 작품이 <썸걸(즈)> 예요.” 썸걸(즈)>
첫 마디부터 또랑또랑하다. 연극에서 자신을 차버린 ‘나쁜 남자’를 향해 어퍼컷 한 방을 제대로 날리는 은후를 보는 듯 하다. 사랑에 대한 남성의 이중적 속내를 적나라하게 밝힘으로써 여성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흥행 중인 <썸걸(즈)> (연출 황재헌)의 우현주(37)를 만났다. 그는 이 작품의 제작과 번역까지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썸걸(즈)>
뉴욕에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한 그는 1996년 한국에 돌아와 스타를 꿈꿨다고 한다. 그래서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에도 간간이 얼굴을 비추었다. 98년 방송됐던 드라마 <거짓말> 에 출연하지 않았냐고 묻자, 흠칫 놀라는 눈치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었는데 어떻게 기억하세요? 연극이 잘 되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 날이 오네요. 배우로서 스타가 되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군요.” 거짓말>
그는 2003년 결혼과 더불어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잠시 활동을 쉬었다. 지난해 현재 <썸걸(즈)> 에 출연하고 있는 정재은 박호영과 함께 극단을 만들었다. “뜻이 맞는 배우들끼리 모여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다가 닐 라뷰트의 <썸걸(즈)> 를 발견했죠. 여성들이 극을 주도하고 극단 식구들도 출연할 수 있으니 냉큼 번역에 들어갔죠.” 썸걸(즈)> 썸걸(즈)>
그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었다. 연애 심리를 그리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비겁함을 건드리고 이별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홍상수 감독 영화의 연극 버전이라고 본다.
“남자가 옛 여자들의 감정까지 이용해서 출세하려는 비겁함이 드러나잖아요. 하지만 비겁함을 남에게 들켰다고 해서 생을 저버릴 순 없잖아요. ‘비루하지만 인생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거죠.”
현재 <썸걸(즈)> 는 대학로에서 보기 드물게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객석에서는 옆 자리의 관객이 남자 배우에게 퍼붓는 성토에 “맞아, 맞아”하며 동조할 정도로 여성 관객의 호응이 높다. 썸걸(즈)>
그는 이 작품의 흥행으로 연장 공연뿐 아니라 내년에 올릴 작품도 구상 중이다. “데이비드 린제이 어베어의 <래빗홀> 등 다섯 작품 정도를 검토하고 있어요. 한동안 활동에 뜸했던 만큼 앞으로 제작자와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래빗홀>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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