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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청장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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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청장의 처신

입력
2007.07.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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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봐주이소.”

최근 경찰인사때 강남경찰서장에서 서울청 산하 교통운영실장으로 전보된 정수일 총경이 강남서를 떠나며 기자들에게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늑장수사와 관련, 이택순 경찰청장을 소환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할 듯한 움직임을 보면서 당시 정 총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 총경은 5월21일 오전 기자들에게 강남서의 ‘산업기술평가원의 산업자원부 공무원 식비 대납 의혹’수사에 대해, 이 청장이“밥 값 내는 것도 수사하면 수사 안 할 게 뭐냐”고 말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 청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로 들렸다. 경찰청과 산자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었고, 정 총경은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해명했지만 의혹은 커지기만 했다.

언론의 취재가 계속되자 이 청장은 결국“김영주 산자부 장관이 ‘시끄러운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화를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은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난 정 총경에게 수사 격려 차원에서 몇 마디 물었을 뿐 압력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 경찰 인사에서 정 총경의 보직이 바뀌었다. 당연히 좌천이고 보복성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경찰은 “정 총경이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청탁의 고리’가 알려졌고, 결국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이 청장은 한화그룹 유시왕 고문과의 전화 통화나 골프 회동도 처음엔 절대 없었다고 부인하다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그의 부하들은 줄줄이 사법처리 됐지만 그는 건재하다. 최근에는 대외 활동도 활발히 재개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조직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면서 부하들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이 청장만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김이삭 사회부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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