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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제도의 폭력, 그리고 화해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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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제도의 폭력, 그리고 화해와 용서

입력
2007.07.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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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 나이두 지음·이경상 옮김 / 생각과 느낌 발행·248쪽^9,000원

지금은 폐기됐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사회적 신분을 가른 뒤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차별한 반인권적, 반근대적 악습이다.

이 제도로 백인은 이익을 독점했지만 흑인이나 흑백혼혈인은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 채 가난과 폭력에 몸을 떨어야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는 아이들의 눈으로 본 아파르트헤이트다. 저자는 남아공에서 태어난 백인으로, 그곳 아이들의 모습을 작품에 많이 담았다.

이 책에는 시대적 배경이 대략 10년 정도 떨어진 단편 일곱편이 들어있다. 그 중 백인 소녀 베로니카가 나오는 <모험> 은, 백인 국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인종차별을 강화하던 1948년을 배경으로 한다. 백인 주인으로부터 모진 학대를 받는 흑인 노예 소년을 보면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의 처지를 서서히 깨닫는 이야기다.

<올가미> 는 1955년이 배경이다. 인종간 혼인금지령이 내려지고 백인, 컬러드(흑백혼혈인), 인도인, 원주민 등 인종별로 별도 지역에 살도록 강요된 시기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겉 모습이 원주민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컬러드 등록이 거부되면서 집안에 긴장감이 감돈다. 자칫 아버지는 원주민, 나머지는 컬러드로 나눠져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 소녀가 긴박한 저항운동에 연루된 <타자기> 는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무장투쟁에 들어가는 1976년을 배경으로 삼았다.

26년 만에 석방된 넬슨 만델라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강고해 보이던 아파르트헤이트가 1994년 드디어 폐지됐다.

하지만 2000년 이야기 <장벽을 넘어> 를 읽으면, 제도적으로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사람들 머리 속에는, 관습에는 인종차별이 온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장벽을 넘어> 에 나오는 흑백 두 소년은, 도움을 주고 받고 감사의 선물을 나누면서 흑백의 화해 가능성을 내비친다.

제도의 폭력, 그것을 극복하려는 지난한 노력, 용서와 화해의 마음 등이 책에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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