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짜리 수표가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지난달 말 한 손님이 술값으로 낸 수표 1장을 무심코 받고는 잔돈을 줬다. 며칠 뒤 수표를 입금하려던 임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히 10만원짜리로 알았던 수표가 5,000만원 짜리 였던 것. 놀란 임씨는 아들을 시켜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수표 추적에 나선 경찰은 김모씨가 지난달 14일 모 은행 강원랜드 카지노 출장소에서 발행한 수표라는 것을 알아냈다.
은행을 통해 자신이 발행한 5,000만원 짜리 수표가 주인 없이 떠돈다는 사실을 안 김씨는 경찰에서 “5,000만원짜리 수표 7장 등 5억원 어치를 발행했다”면서도 “수표를 누구에게 줬는지, 잃어버렸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후 “5,000만원짜리 수표 2장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은행에 수표 분실신고를 했다. 현재 5,000만원 짜리 수표는 경찰서 경리계 금고에 있다.
경찰과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가 ‘내 수표가 맞다’고 공시최고를 신청하면 3개월 후 재권(在權)재판이 열린다. 3개월 동안 수표에 대한 권리 신청자가 없으면 김씨는 5,0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또 다른 사람에게 수표를 넘겼고, 그 사람이 수표를 썼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그 사람이 나타나면 김 씨와 직접 만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수표가 발행된 곳이 강원랜드 카지노라는 점을 미심쩍게 보고 있다.
그렇다면 수표를 신고한 호프집 주인은 얼마를 받게 될까. 법원에 따르면 수표 권리자를 밝히는 재판에 들어갈 경우 임씨도 권리를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김씨나 제3자에게 권리가 있다고 판결 날 경우 김씨는 한푼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김씨가 아닌 실제 주인이 나타날 경우 두둑한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통상 실제 주인이 있는 습득물에 대해선 액면가 법정이자의 5~20%를 받는다. 습득 신고기간을 포함해 신고일로부터 1년14일이 지날 때까지 진짜 주인이 안 나타나면 임씨는 세금(액면가의 22%)을 제외한 4,000만원 가까운 돈을 받게 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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