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가 아시안컵 47년 무관 징크스를 깨뜨리기 위해 장도에 올랐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필승을 다짐하며 6일 오후 3시5분 2007 아시안컵 본선 D조 조별리그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7 아시안컵은 7일 오후 9시35분(이하 한국시간) 방콕 라자만갈라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과 이라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3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우승 후보로는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그리고 아시안컵 본선에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호주가 꼽히고 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해왔다. 1960년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래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92년 일본 대회 예선에 실업 선발을 출전시켜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대회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지긋지긋한 ‘아시안컵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 크다. 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를 시작으로 매번 최정예 대표팀을 출전시키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고, 96년 UAE 대회에서는 박종환 감독이,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시련을 맞기도 했다.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에서 거푸 고배를 든 원인은 중동세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96년 이후 세 차례의 대회에서 한국은 중동 국가와 총 10번 맞붙어 3승2무5패의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란과의 악연이 눈길을 끈다. 96년 8강전에서 맞붙어 알리 다에이에게 무려 네 골을 허용하는 등 후반전에만 5골을 내주며 2-6이라는 거짓말 같은 대역전패를 당했고, 2004년 중국 대회 8강전에서는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3-4로 패배했다.
47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베어벡호’의 성적표도 결국 중동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은 11일 오후 9시35분(이하 한국시간) 난적 사우디아라비아와 D조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이는데 이 경기 승부에 따라 아시안컵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축구의 천적이다. 한국은 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2-1로 승리한 후 사우디아라비아와 다섯 차례의 맞대결에서 2무3패로 밀리고 있다.
난적 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다면 자신감이 붙어 거침 없는 상승세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패했을 경우 부담감이 가중돼 바레인,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도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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