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꿈, 또다시 좌절] 과테말라 현지 유치단
5일(한국시간)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본부가 차려진 과테말라시티 홀리데이인 호텔 3층 정부종합상황실.
TV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하얀 봉투 하나를 손에 들고 단상에 서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유치위 관계자들은 저마다 어깨에 빨간 응원수건을 매고 발표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렸다. 승리를 예감하는 지배적인 분위기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내심 ‘평창’이 불려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봉투가 열리고 로게 위원장의 입에서‘소치'라는 멘트가 나오자 응원단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감에 휩싸였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장내를 휘감은 침묵은 잠시 후 축하 세리머니를 위해 준비한 꽹과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다.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응원단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평창의 유치 성공을 보기 위해 20시간 넘는 비행 끝에 현지에 도착한 서포터스들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유치위원회 사무국은 더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영어로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육교 리허설’까지 했던 전이경 선수위원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유창한 영어와 불어로 IOC위원을 사로잡았던 안정현씨도 목에 두른 붉은색 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치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 6년간 유치위에서 활동하며 밤낮으로 뛰었던 김만기 홍보팀장은 “4년 전 패한 뒤 오늘까지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데”라며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과테말라시티=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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