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잡힐 듯 했던 승리를 놓쳤기에 충격의 패배는 더 컸다.
주요 외신들은 역대 올림픽 유치전 사상 가장 치열하게 벌어진 대접전에서 평창이 최종 낙점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개표 직전 정부와 유치위 관계자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 같은 예상에도 불구하고 평창이 동계스포츠 시설이 전무한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 동계올림픽 처음인 러 배려
소치의 유치전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3일(한국시간) 과테말라에 입성한 푸틴 대통령은 현지에서 과잉경호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역시 그의 정치적 영향력과 카리스마는 무시할 수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 직전 실시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원도의 작은 도시 평창이 동계 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벽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았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무려 293개의 메달을 따낸 러시아는 그 동안 동계올림픽을 한번도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치 당위성을 강조했다.
■ 텃밭을 지키지 못했다
그 동안 국제대회 유치전에서 한국의 텃밭은 아프리카와 남미였다. 그러나 세계최대의 가스업체인 러시아의 가즈프롬은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이 지역 IOC위원들을 공략했다. 그 결과 평창은 전통적인 지지표를 잠식 당하고 말았다.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전 당시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을 소치에 빼앗긴 데다 같은 아시아 표도 지키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 잘츠부르크 표 흡수 못 해
그러나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유럽표의 향배였다. 평창이 2003년 프라하 총회에서도 역전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2차 투표에서 유럽표를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평창은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잘츠부르크의 16표 가운데 단 2표 밖에 얻지 못했다.
평창은 5일 투표에서도 1차에서 36표로 소치보다 2표를 더 얻었지만 결국 47-51로 뒤집기를 당했다. 잘츠부르크가 1차에서 기록한 25표와 2차 투표에 참가한 3명의 유럽 IOC위원 등 총 28표 가운데 평창은 11표를 얻는데 그친 반면 소치는 17표나 가져갔다.
■ 평창, 막판에 소극적 행보?
소치는 막판 전세를 뒤집기 위해 현지에서 갖가지 이벤트와 홍보전을 벌였다. 현지에서 가동한 홍보팀 인력만 수 십 명에 달했다. 반면 평창은 돌발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되도록 몸을 낮췄다.
일례로 지난 4일 소치와 잘츠부르크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벌인 반면 평창은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에 전력을 다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평창이 투표 전날 마지막 기자회견 기회를 버리고 조용한 행보를 보인 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테말라시티=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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