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 아이템 등을 사들여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는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인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휴대폰을 개통하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속여 전화기를 받은 뒤 이동통신사 요금 결제방식 등의 허점을 악용, 손쉽게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모(27)씨는 지난해 2월 사채업자에게서 휴대폰을 새로 개통하는 조건으로 급전 20만원을 빌린 뒤 전화기를 넘겨 주었다. 3개월 후 이씨는 휴대폰 요금 1,000만원을 내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이씨는 사채업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이동통신에 가입한 휴대폰으로 온라인 게임 아이템, 쿠폰, 영화티켓 등을 구입한 뒤 되팔아 수백 만원을 챙긴 사실을 알아냈다. 사채업자는 소액결제방식으로 쿠폰 등을 거래하는 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을 구입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200명이나 됐고 피해금액은 20억원이 넘었다.
피해자 중에는 SK텔레콤 가입자가 특히 많았다. KTF나 LG텔레콤은 휴대폰으로 아이템 구매 때 한계가 있지만, SK텔레콤은 제휴사가 워낙 많아 거의 무제한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한 사람이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했을 때도 휴대폰마다 따로따로 요금을 산정, 피해 금액이 더욱 커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5일 휴대폰을 개통하면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고객에게 약속한 대출금을 주기는커녕 거액의 전화요금만 물린 혐의(사기)로 사채업자 김모(37)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홍모(28)씨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SK텔레콤에는 범죄 악용 우려가 높으니 주의해 줄 것을 통보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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