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타인과 수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지라, 가족 직장 학교 등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쉽게 갈등을 겪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지기도 한다. 지친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명상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비명상’을 통해 공주 마곡사를 템플스테이의 대표 사찰로 이끈 마가 스님(천안 만일사 주지)이 명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냈다. <고마워요 자비명상> (불광출판사). 스님이 진작부터 해온 명상 강의 내용을 묶은 책이다. 이론보다는 강의 현장의 사례로 채워 불자가 아닌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명상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고마워요>
“사람은 마음의 안정을 머리로써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관념을 넘어서는 것이 수행인데, 자비명상은 수행을 위한 예비 단계인 셈이죠.”
자비명상은 예불, 108배 등 사찰 의식과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이다. 마가 스님은 “명상에 잠길 때만 평화롭고,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가면 다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그것은 뜬 구름 잡는 명상에 불과하다”며 실생활에 유용한 명상을 강조한다.
자비명상의 첫 단계는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 자신을 긍정,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자비심을 키워야 그것이 가족, 타인 그리고 미워하는 이들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면의 응어리를 그대로 두면 그것이 제 눈의 안경이 되어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
자신의 장점을 찾아내 발표하는 자기긍정 명상을 했다면 이제 타인의 장점을 찾는 명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타인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솔직한 대화를 통해 풀고 묵은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기만 바라기 때문에 쉽게 불안에 빠지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긍정적인 자비의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면 그 빛이 결국 다른 이들까지 밝게 해 줄 것입니다.” 요컨대 자비명상의 요체는 자신 안의 어둠을 밝혀 주위까지 밝히는 것이다.
마가 스님은 “자신을 긍정하지도 않고 마음도 열지 않으면 화두선이나 수행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스님은 마곡사 포교국장으로 재임하던 2002년부터 가족, 이혼ㆍ낙태 경험자, 직장인 등을 위한 ‘맞춤형 자비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연간 3,000여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책에서도 부부, 가족, 직장인, 교사, 외국인, 실버세대 등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나눠 정리했다.
중앙대에서 ‘내 마음 바로보기’라는 교양과목을 5년째 강의하고 있는 마가 스님은 16일 광주 원각사를 시작으로 전국의 사찰과 학교 등에서 자비명상 강연을 가질 예정이다. 나아가 CEO를 대상으로 한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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