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북한체제를 인정하고 '개방과 소통'을 적극 추구하는 새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지금껏 비핵화와 상호주의를 대북 지원과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정책기조를 크게 완화, 유연하고 전향적인 정책의지를 내보였다.
대선을 앞두고 냉전ㆍ수구 이미지를 지우려는 측면이 우선 부각되지만, 6자 회담을 통한 북핵과 평화체제 논의가 급진전하는 변화의 흐름을 과감하게 수용한 것은 어느 모로나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비전'이라 이름 붙인 것에 걸맞게 스스로 진정성을 유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평화 정착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하기 바란다.
한나라당의 정책 전환은 비핵화 평화정착을 위해 필요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고 밝힌 데서부터 두드러진다. 남북과 미ㆍ중 4자의 한국전 종전선언을 수용하고,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ㆍ미와 북ㆍ일 관계 정상화를 지원할 뜻을 밝힌 것도 괄목할 변화다.
특히 북한 극빈층 300만 명의 인도적 구호 차원에서 한해 쌀 15만톤 무상 지원을 제안, 상호주의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길 일이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위해 현금ㆍ현물 대가를 북한에 줄 수 있다고 언명한 것은 놀라울 정도다.
평양ㆍ서울 경제대표부 설치 등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에 이르면, 집권 준비세력으로서 평화통일을 주도적으로 이끌 비전과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당내 강경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썼다는 배경 설명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레 당의 정체성 논란을 예상하거나 부추길 일은 아니다. 설령 오로지 집권을 위한 노선 수정일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선택이라면 진작에 갔어야 할 올바른 길이다.
수구 언론이 '햇볕정책 베끼기' 따위의 비판에 열 올리는 것이 누구를 위해선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 어렵게 앞으로 내디딘 발걸음을 멈칫대거나 되돌린다면 어리석다. 오히려 진실된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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