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한 다음날 출근길 멀쩡하던 뱃속이 지하철 에어컨을 만나자 갑자기 뒤틀린다. 점심식사 후 열을 식히려고 들이켠 얼음물에 위장이 쓰려온다. 더위가 심해지면 더욱 잦아지는 이러한 복통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름과 땔래야 땔 수 없는 배앓이에 대해 알아본다.
■맥주 과음은 복통의 적
여름은 이래저래 위장에 좋지 않은 계절임에 틀림없다. 일단 뱃속 건강에 치명적인 식중독을 비롯한 각종 수인성(水因性) 감염질환이 유행하는 때라서 그렇고 둘째는 더위를 견디느라 끊임없이 먹는 냉한 음식과 음료 때문이다. 여름날 위기에 처한 뱃속을 구할 방법은 무엇일까.
박재우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보양클리닉 박재우 교수는 “여름철에는 뱃속의 온도가 더운 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져 비위의 기능이 약해지고, 몸이 많이 흘린 땀으로 체내 기능이 부실해지기 때문에 배앓이가 더 쉽게 온다”며 “특별한 감염성 질환 없이 생기는 대부분의 여름철 복통 원인은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차가운 음식이므로 적당한 수준의 땀을 흘리면서 더위를 견딘다는 생각으로 지낸다면 배앓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얼음물 1~2잔, 아이스크림 1~2개 정도만 먹는 것으로 뱃속 더위를 견디고 대신 더울 때마다 미지근한 샤워를 하는 것이 속을 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얼음,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뿐 아니라 몸에 좋을 것이라 맹신하는 제철 과일도 많이 먹으면 뱃속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과일도 냉한 성질이라 많이 먹으면 배를 아프게 한다. 다만 토마토와 자두는 그나마 따뜻한 기운이 있어 배앓이를 덜 유발한다.
직장인들을 출근길 복통으로 몰아넣는 가장 큰 주범은 역시 과음이다. 특히 덥다고 막 들이킨 맥주는 배앓이에 치명적이다. 박 교수는 “맥주와 같은 발효주는 전체적으로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시원함을 느끼려고 여름에 많이 마시지만 속은 더욱 냉해져 쉽게 복통이 찾아오는 원인을 제공한다”며 “발효주보다는 차라리 증류주가 낫지만 모든 술은 마시고 난 후 좀 지나면 몸을 차갑게 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웬만하면 금주를 하는 것이 속을 건강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장염 주의해야
어린이의 속도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의 배앓이는 사실 어른보다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신체 기관이 어른보다 기능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제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료에 애를 먹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수 있어서다.
박재홍 부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단순히 배가 차가워져서 복통이 나타나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지만 장염, 특히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 구토가 동반되는 바이러스성 장염이면 상태가 심각하므로 아이가 심한 배앓이를 호소하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덥다고 배를 드러낸 채 잠을 자거나 어른에 비해 절제력이 부족해 찬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경향이 있어 쉽게 복통에 걸리기 쉽다. 배가 차가워지면 장이 자극을 받아 불규칙한 운동을 하고 이에 따라 설사, 복통을 경험하게 되는 것. 지나친 냉방도 마찬가지로 배앓이를 부른다.
실내 안팎의 온도 차가 크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저항력이 약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따라 위장의 운동기능에도 이상이 오게 된다.
박 교수는 “실내와 외부온도 차이가 5도를 넘지 않게 조절하고 에어컨 바람이 아이의 살에 직접 닿지 않게 하며 아무리 덥더라도 잘 때는 얇은 이불로 배를 반드시 덮어줘 찬 공기가 뱃속을 자극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불규칙한 생활과 식 습관은 신체리듬을 깨뜨려 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해치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라”고 조언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도움말ㆍ동서신의학병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 지하철서 갑자기 배가 살살… 손끝 마사지가 도움
배앓이도 병이다.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질환이지만 증상이 오래가지 않고 심하지 않다면 ‘몸을 달래는 정도’로 다스릴 수도 있다.
지하철 등에서 갑자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찾아오면 일단 배를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최소한 에어컨 바람만 피해도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온도가 높은 곳을 찾을 수 없다면 손끝과 발끝을 마사지 한다. 특히 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손등의 두툼한 곳을 지긋이 눌러 자극하면 곧 효과가 나타난다.
평소에 배앓이를 예방하기 위해 삼계탕 등 보양음식을 먹어두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보양식으로 알려진 닭, 장어, 개고기 등은 모두 강한 열성 음식이어서 차가운 속을 달래는 데 좋다. 단 장어와 개고기는 먹는 사람의 소화능력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난다.
어린이의 급성 배앓이에는 처음부터 항생제나 지사제를 먹이기 보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게 해 탈수를 방지하는 게 우선이다. 만일 세균성 장염이 복통의 원인일 경우 지사제는 몸 밖으로 세균이 나가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해 오히려 몸을 해치게 된다. 설사를 동반한 배앓이가 계속된다고 아이에게 아무것도 먹이지 않으면 좋지 않다. 소금을 약간 첨가한 보리차나 미음을 먹여 뱃속을 진정시켜야 한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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