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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400년전 붉은 충절 불러내다/ 2년 공백 깨고 새 소설 '논개'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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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400년전 붉은 충절 불러내다/ 2년 공백 깨고 새 소설 '논개' 선보여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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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별아(38)씨가 <미실> 이후 2년의 공백을 깼다. 그 2년은, 1,500년 전의 사랑에서 훌쩍 뛰어올라 400년 전의 붉은 충절로 다가서기까지의 시간이다. 지방의 일개 관기로 폄하한 일부 옛 기록의 편견을 뚫고, 논개를 오롯이 복원하자는 마음에서 지난해 겨우내 그는 한 여인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도입부부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논개가 왜장 게야무라를 감고 강바닥으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날아올라, 가마아득한 허공에 몸을 부렸다”라며 소설은 길을 뜬다. 이어 논개의 시간을 쭉 밟아 오다, 맨 마지막에 논개의 결행 장면을 배치시키는 구조다. 말미는 닫혀 있지 않다. “(전략)죽음과 삶 사이, 세상의 틈새를 향해 발을 굴러 몸을 던졌다. 날아오르듯,”이라며 쉼표로 끝을 맺는다. 그 사이 두 권에 이르는 서사는 그녀의 죽음으로 완결되는 거대한 원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모두 두 권으로 짜인 소설 <논개> (문이당)는 한 여인의 행장인 동시에, 그녀를 둘러싼 객관적 현실을 기록한 역사서다.

여성 작가답지 않은 단문은 결연해 흐트러진 감정을 용납하지 않지만, 어린 딸 논개를 보며 시름에 잠기는 과부의 심사를 묘사하는 대목 등에서는 여성 작가의 감수성이 확인된다. 특히 남편 최경회가 전라 우의병장으로 창의하자 800여 병사의 뒷바라지를 하러 결연히 척행(隻行ㆍ먼길을 혼자 떠남)하는 대목 등에서 드러나는 논개 내면의 묘사는 이 소설이 또 다른 차원으로도 읽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 상식처럼 돼 있는 일이지만, 작가의 입심과 정보량이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치밀한 전쟁 준비를 묘사하는 대목이나 조선 시대의 고을 송사 장면 등을 떠받치는 대목에서 작가는 박물학적 지식을 펼쳐 보인다.

고을의 송사 등 허투루 묘사할 수 없는 대목은 조선 시대의 형벌법 등을 적절히 원용, 역사를 훼손하지 않았다. 도탄에 빠진 백성, 위정자들의 비루한 대립상 등은 <미실> <영영이별 영이별> 등에서 확인된 역사 소설의 역량이 한층 무르익었음을 보여준다. 잘 쓰이지 않는 순 우리말이나 사자성구 등은 면 하단에 각주식으로 풀이해 두었다.

“날아올라,”로 시작해 “날아오르듯,”으로 끝나는 구조가 독특하다. 남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죽음과 삶 사이, 세상의 틈새를 향해 발을 굴러 몸을 던졌다. 날아오르듯,”이라며 닻을 내린다. 난데 없는 듯한 1권 도입부와 말미는 그리하여 수미 상관한다.

그러나 속내는 엄정한 사실(史實)이다. <일사유사> (1922)에 씌어 있듯 논개는 기생이 아니라, 몰락한 주씨 가의 자손이자 진주성 전투를 지휘한 경상 우병사 최경회의 부실이라는 기록은 소설의 든든한 보루다.

작가는 <어우야담> <진주의기사기> 등 고문서 15권, <대동기문> 등 근현대 문헌 10권 등 40여권의 문헌에 담긴 기록들에 살을 붙였다.

논개의 성장 소설이라 할만 할 1권, 1593년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안고 피투성이가 되면서 남강 바닥으로 가라앉기까지의 2권은 열린 구조로 독자의 첨언을 바라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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