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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신의 물방울(와인)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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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신의 물방울(와인) 구하라"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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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 보르도 지방에 대풍이 들었다. 세계 애호가들이 이를 맛보기 위해 몰려들자 와인종주국의 위상은 다시 높아지는 듯 했다. 대풍이 저주의 신호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2년 뒤 95년산 보르도 와인이 시장에 나오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와인보다 2배나 높은 가격표를 보고 놀란 소비자들은 맛과 가격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미국, 칠레, 호주, 남아공 등 이른바 신대륙 와인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10년이 흐른 올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위기에 빠진 유럽산 와인을 구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가 4일 발표할 대책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바꾸는 데 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과잉생산을 부른 농업보조금을 삭감하고 재배지를 10% 가량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대로 가면 2011년에는 생산량의 15%가 재고가 될 상황이다.

유럽와인의 하향세는 과잉생산과 함께 질 낮은 저급 와인이 재촉했다. 업자들은 95년 보르도 와인처럼 작황만 좋으면 저급 와인도 상당한 가격에 팔릴 것이란 ‘투기’에 매달렸다.

생산이 늘면서 공급자가 지배하던 와인시장은 수요자 시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신대륙의 저가와인의 충격파가 다가왔다. 96년 이래 EU의 중저가 와인 수입은 매년 10%씩 증가해 칠레와 호주산은 10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뭔가 다른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신대륙 와인에 맛이 길들여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한데는 시장변화를 무시하고 자신들은 ‘언터처블’이라며 자만을 부린 유럽 와인업계의 높은 콧대도 한몫 했다. 프랑스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어서 ‘세계가 우리에게 오는데 우리가 갈 이유가 무엇이냐’는 식이었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프랑스는 작년에 1억5,000만리터의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바꾸는 수모를 당했다. 국내소비마저 준 상황에서 수출량은 99년 14억5,000만리터에서 2004년 13억리터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역시 수출량이 17억5,000만리터에서 12억리터로 줄어든 반면, 호주 칠레의 수출량은 두 배로 늘었다. 수입와인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자 와인 최대 생산지 유럽은 와인 최대 수입지로 전락했다.

유럽 각국은 뒤늦게 와인의 질과 라벨의 개선 등 시장변화에 순응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젊은층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와인광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라벨의 단순화 등이 우선 추진되고 있다.

‘알기 쉬운 와인 제작’을 업계에 주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농업장관은 “우리는 상자의 바깥에서 사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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