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7개월 만에 처음으로 910원대로 떨어졌다. 전세계적인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다 지난달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한 조선 등 수출업체들의 환전 수요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은 7월에 910원 전후에서 바닥을 다진 뒤 재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 강세 배경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 당 3.70원 떨어진 91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7일(913.80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 최저치다.
이날 달러화는 미국 금리동결 전망 등의 악재로 전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925원선이 지난주 무너지자, 당국의 개입을 관망하던 대기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5, 6월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보인 조선업계 등 대형 수출업체의 2분기말 결제수요가 이달 초로 이월되면서 달러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6월 한달간 3조5,355억원을 순매도해 월간 기준 사상 두번째를 기록했던 외국인의 달러화 환전 수요도 이 같은 수출대금 수요에 밀려 원화 강세를 저지하지 못했다.
외환은행 이준규 딜러는 "지난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컸던 날 간간이 대규모 달러 환전주문이 나왔지만, 번번이 수출기업의 원화 환전 수요에 묻혔다"며 "최근에는 증시에서 빠져 나온 외국자금들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거나, 재투자 기회를 기다리며 환전을 늦춰 원화 강세가 더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환율 전망
외환 당국과 수출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최근 환율 하락 관련 외환당국의 시각'이라는 자료를 통해 "최근 환율 하락 움직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실질 실효환율과 비교해도 고평가 돼 있으며, 계속된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불구하고 역외에서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기성 달러 매도가 계속되면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구두 경고인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의 금리동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 증대 등 악재 때문에 달러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은 이미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 정도 수준에서는 환투기 세력이 수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율 하락폭은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7월중 900~910원선이 원ㆍ달러 환율의 바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은행 김윤철 외환시장팀장은 "최근 원화 강세의 근본원인이 전세계적인 글로벌 달러 약세에 있는 만큼 언제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이준규 딜러는 "계절적으로 7, 8월은 수출도 둔화하기 때문에 7월 중에 차츰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