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대학이 대입전형을 놓고 벌이던 싸움이 상식에 바탕을 둔 양태로 해결돼 가는 것은 다행스럽다. 어제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의 공동발표는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학은 사회적 책무성을 다한다'는 추상적 내용이었지만, 우리는 그 속에 포함돼 있는 교육부의 유연성에 주목한다.
특히 김 부총리가 2008학년도 입시의 내신 반영률에 대해 "내신 50% 반영을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대학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그렇다.
이번 사태는 내신 반영률을 높이려고 하는 과정에서 이미 발표된 서울대의 전형 방식을 교육부가 변경하려 들면서 촉발됐다. 이후 일부 사립대가 내신등급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공개하고, 정부는 행정ㆍ재정적 압박을 발표했다.
우리는 대학들이 올 3월 '내신 존중'에 합의해 놓고 뒤늦게 자율성 운운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며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일임을 지적했다. 또 교육부는 이 대립을 체면이 걸린 기싸움으로 여기지 말고 학생 불편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입시 정책을 놓고 대결하는 모습으로 비쳐 수험생과 학부모가 불안해 하고 있다"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공립ㆍ사립대 교수회와 평교수들까지 반발하며 '교권 훼손'을 들고 나온 시점이어서 이번 합의가 마치 정부의 항복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교육부가 더욱 적극적인 입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아울러 양측이 대화와 공동노력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새로운 합의의 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교육부는 우선 올해 내신 반영비율과 행정ㆍ재정적 제재 연계 문제에 대해 구체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들을 위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대학의 자율성과 현실을 감안하겠다'는 합의 정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3불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되지 않았고, 따라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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