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재계엔 이 회장 외에도 평창을 위해 남 모르게 땀 흘리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기업들이 적지 않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도 이건희 회장 못지 않게 평창에 ‘올인’하고 있다. IOC위원인 박 의장은 상반기 내내 국내에 머문 기간이 20여일이 불과할 정도로 전세계를 돌며 유치전을 폈다. 박 의장은 현재도 과테말라 현지에서 한 표라도 더 끌어내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에 10억원을 기탁하는 등 지금까지 총 30억원을 지원했다.
현대ㆍ기아차도 최재국 현대차 사장과 김용환 기아차 부사장(해외영업본부장)을 과테말라로 파견하는 등 중남미 판매망을 활용,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번 과테말라 IOC 총회에 에쿠스와 오피러스 등 대형 승용차 33대를 의전 차량으로 지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활약도 눈부시다. 대한항공이 유치위에 2억5,000만원을 기탁한 데 이어 조 회장은 유치단 본진 수송을 위해 특별 전세기 띄울 것을 직접 지시했다.
또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선 조 회장이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구축한 국제적 인맥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조심스런 전망이다. 재계에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용평리조트 등 4개 리조트 업체가 12억원, 현진그룹 7억원, 동양그룹 3억원, 하나은행 SBS ㈜승산 등이 각각 1억원 등의 후원금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에 지원했다.
사실 다른 경쟁 도시들도 해당 국가 주요 기업들이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 실제로 러시아 ‘소치’는 러시아 국영 기업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나라가 잘 돼야 기업도 잘 된다는 게 기업인들 인식”이라며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각 기업이 마지막 순간까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