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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6> 러시아, 품격의 페레스트로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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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을 높이자-이미지 UP! 코리아] 2부 <6> 러시아, 품격의 페레스트로이카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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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친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그야말로 거침없다.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적 기업의 CEO 등 6,000명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개최한 포럼에서 새로운 국제금융무역기구의 창설을 역설하며 서구 중심의 국제경제질서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대해 ‘나치의 제3세계’에 비유하며 맹비판하는 등 미국과의 대립각 세우기에도 한창이다. ‘강한 러시아’를 되찾겠다는 취임 당시의 공언대로 미국과 서구를 향해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소비에트 붕괴 후 오랜 경제 사회적 혼돈 속에서 잃어버렸던 러시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국과 서구 중심의 패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깔려있다. 이는 곧 러시아의 대외정책이나 국가이미지 제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초고속 경제성장이 이 같은 자신감 넘치는 행보의 든든한 받침대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막대한 석유 수출로 러시아 경제는 최근 몇 년간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외환보유액도 3,000억달러가 넘어서며 ‘오일머니’가 넘쳐나고 있고 2000년 1,778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7,0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도 최근 “러시아가 2020년까지 세계5위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경제대국로서의 러시아 부활’을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 전방위적 러시아 알리기 총력

경제 회복에 따른 자신감으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여가는 러시아 정부는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 중추 기관이 바로 ‘러시아 국제 과학문화 교류협력 센터’다.

1925년 설립돼 여러 조직체계를 거친 후 2002년 러시아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재편된 이 센터는 37개국에 설치된 43개의 센터 지부와 20여개국에 파견된 직원 등을 통해 현대 러시아의 이미지를 시시각각으로 전파하는 전진기지다.

당장의 러시아 국내외 정책을 홍보할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 행사를 통해 러시아의 문화적 자산을 전파하고 러시아어를 보급하는 등 문화 보급진지의 역할도 맡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이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가 장기적인 문화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이곳은 정책 홍보 및 경제협력 지원까지 아울러 담당하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국가홍보 및 문화ㆍ경제ㆍ과학 교류 기관이다.

센터는 최근 러시아 주변 국가와의 교류 협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난해 중국의 각 도시에서 대규모의 ‘러시아의 해’ 행사를 개최해 러시아 알리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1년 동안 영화제, 미술전시회, 학교간 교류행사 등을 열며 문화ㆍ교육ㆍ경제ㆍ과학 분야에서 무려 1,500여개의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중국 신문이나 TV보도에서 러시아 관련 기사가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는 러시아에서 ‘중국의 해’ 행사도 열리고 있는데, 센터는 향후 2~3년 내에 인도 등 12개국에서 이와 비슷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는 올해를 ‘러시아어의 해’로 정해 러시아어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러시아어는 주로 옛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와 동유럽 등에서 1억7,000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4번째 언어.

러시아어가 소비에트의 몰락과 함께 한동안 쇠퇴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올해 페스티벌, 세미나, 전시회, 언어 연수 등을 실시하며 다시 본격적으로 러시아어 위상 강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을 꿈꾸는 러시아의 발걸음

이 같은 대대적인 국제 교류 협력 및 국가 홍보, 러시아어 강화 등의 작업은 결국 CIS, 동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대외정책의 연장 선인 셈이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말에 열린 흑해경제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흑해연안과 발칸반도 지역의 구심점으로 복귀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기구나 경제기구의 창설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새로운 패권국가의 부활을 우려하는 주변 국가의 반발이 터져나오는 등 아직은 진행 초기단계다.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을 꿈꾸는 러시아의 발걸음이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러시아의 새로운 국가 이미지 구축 작업의 성과와도 궤를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사르모프 과학문화교류협력센터 부소장

러시아 국제과학문화교류협력 센터의 알렉산더 사르모프 부소장(사진)은 “1982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은 소련 시절의 일이지만, 러시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모스크바의 센터 본부에서 만난 사르모프 부소장은 “당시 지도부가 KAL기가 폭탄을 싣고 날아온 간첩용이었다고 외국에 선전토록 지시해 나도 그렇게 홍보했었다”며 “매우 슬프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그런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있는 사실 그대로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센터가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러시아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이를 전하기 위해 주력하는 것은 무엇인가.

“소련 시절에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소련의 정책이 모두 최고라고 선전했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에는 소련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나빴다고 얘기하며 극단적인 입장을 오갔다. 진리는 아마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직원들은 해외에 우리의 실제적인 모습, 있는 그대로를 전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국민간에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면 국가간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각종 포럼, 세미나, 전시회, 러시아어 보급 등 우리가 수행하는 사업은 결국 외국인들이 러시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 러시아는 톨스토이, 토스토예프스키 등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문화 유산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이 간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양면적 이미지가 형성됐는데, 그 원인을 생각해보자. 한국에서도 러시아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언론 문제다.

한국민도 아마 러시아에 대한 얘기를 이타르타스통신 보다는 로이터나 교토통신 등을 통해 들을 것이다. 그 기자가 러시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예전에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100만부가 팔려나가는 신문에 2차대전 때 소련이 일본 편에 서서 미국과 전쟁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 실린 적이 있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한번 고치려면 우리 직원이 특강을 대체 몇번이나 해야되는지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런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기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우리의 객관적이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국에는 아직 지부가 없는데, 한국과의 교류협력 계획은 없는가?

“한국에도 지부를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간 협의가 잘 해결되면 지부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도 많은 고려인이 살고 있는데, 고려인들은 부지런하고 정직하다는 평판을 받으며 존중받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러시아를 더욱 잘 이해하고 상호 교류관계가 증진되기를 기대한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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