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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 추억을 몰고 그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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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 추억을 몰고 그들이 돌아왔다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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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복고인가, 아니면 빈사상태에 빠진 한국 대중음악계의 어쩔 수 없는 대안인가. 올 상반기 가요계에 이른바 '8090' 바람이 불고 있다. 1980, 90년대 가수들의 컴백과 그 시절 히트곡의 리메이크 등으로 시작된 '8090'의 흐름이 음악시장은 물론 TV와 인터넷에도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문화조류로 떠올랐다.

그러나 90년대의 가수와 노래들이 2000년대 가수보다 더 눈에 띄는 요즘 상황이야말로 대중에게 새로운 경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중음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터넷과 TV까지 8090 붐

8090에 대한 관심은 이곳 저곳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동방신기가 다섯손가락의 '풍선'을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인순이는 후배 가수 이적과 김동률의 그룹 카니발이 발표했던 '거위의 꿈'을 리메이크해 인기를 모았다.

또 9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심신과 강수지가 공연을 한데 이어 90년대 후반의 R.ef와 양파도 컴백했고, 이적의 솔로 3집 앨범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TV와 인터넷에서도 8090이 유행이다. KBS <해피선데이> 의 '불후의 명곡'은 김건모 김종서 소방차 등 8090 대표주자들의 노래를 배우고, 신인 가수 발굴프로그램인 MBC <쇼바이벌> 에서도 대부분의 신인 가수들이 그 시절의 노래를 부른다.

MBC <음악중심> 과 SBS <인기가요> 에서는 아예 요즘의 인기 가수들이 8090의 노래들을 부르는 코너가 마련됐다. 인터넷에서도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90년대 인기 가수들의 사진과 음원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얼굴을 보이지 않는 그 시절 가수들에 대한 문의가 올라오기도 한다.

▲대안은 복고뿐인가

'8090' 붐이 이는 것은 90년대 대중음악계에 대한 향수가 크게 작용한다. 서울음반 이홍기 마케팅 팀장은 "8090 때에는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 모두 기억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았다. 그만큼 생명력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8090이 대중음악계 전체로 봤을 때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가수 이적은 "90년대에 활동했던 뮤지션들은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음악은 계속 변하는데 그들을 추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적과 이승환 등 상당수의 8090 뮤지션이 현역으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상황에서 8090 붐은 그들이 현재 이룬 음악적 성취를 묻히게 만드는 작용도 하는 것이다.

또 19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은 이미 브라운 아이드 소울, 박효신 등 인기 가수들이 여러 차례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으면서 몇 년 전부터 가요계의 경향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팜 엔터테인먼트 강태규 이사는 "요즘 8090 바람은 마케팅적인 요소도 자리잡고 있다. 가요시장이 불황인 상황에서 과거에 유명했던 가수들을 모두 8090으로 포장해 그들의 음악적 내용물보다는 하나의 유행처럼 그들을 소비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진심이 있는 음악이 필요할 때다

8090 붐은 더 이상 '국민가요'나 '밀리언 셀러'라는 말이 붙을 만큼 오랜 생명력을 가진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 지금 가요계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김홍기 팀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음악은 싱글 단위로 인터넷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휴대폰 벨소리 등을 통해 소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음악이 드물고, 그런 음악에 대한 갈증을 8090이 채워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들에게 오랜 시간을 두고 폭 넓게 사랑 받는 히트곡 대신 단시간동안 집중적인 홍보를 통해 디지털 음원 소비층에게만 어필하는 요즘, 음악을 소비하는 대신 '감상'할 수 있었던 8090시절의 음악이 음악 자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조용필 서태지 이현도 신해철 등 자신이 만든 음악들을 직접 부르던 싱어 송 라이터가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8090시절과 작곡과 프로듀싱, 음반 홍보와 노래가 철저하게 분업화 돼 음악이 철저하게 상품으로만 소비되는 요즘의 현상과도 관계가 깊다.

각각의 음악이 들려주는 정서보다는 유행 따라 비슷비슷한 음악들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과거처럼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강태규 이사는 "8090시절에는 마케팅이 뒤따른다 해도 음악이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악보다는 기획과 홍보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창작력 있는 뮤지션들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음악시장의 팽창과 함께 싱어 송 라이터 중심의 음악과 엔터테이너형 가수 양쪽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보다는 엔터테이너형 가수들에만 집중시킨 대중음악계가 이제 다시 그 시절의 음악들을 되찾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8090 바람은 추억의 귀환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형상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만큼 2000년대 메이저 상업음악들 중 듣는 이를 감동시키는 '진심'이 담긴 음악을 찾기 힘들다는 증거는 아닐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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