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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새 형식, 작업실과 동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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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새 형식, 작업실과 동거하다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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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시장 풍경은 대충 이렇다. 완성된 작품을 보기 좋게 배치한다. 작업 과정은 작가의 작업실로 가지 않는 한 볼 수 없다. 작가와 한 마디 나누고 싶어도 말 걸기가 조심스럽다. 관객은 잠시 머물며 조용히 보고 간다.

이러한 일반적 형식을 깨뜨린 새로운 전시가 등장했다.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상 157’과 대학로의 아르코미술관 제3전시실이 그 현장이다. 작업실과 전시장을 합쳐서 작가와 관객이 편안하게 만나는 곳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윤정원의 ‘웃음행성’전

갤러리 상 157(02-737-5024)은 지난해 연말 문을 닫았던 갤러리 상이 같은 건물 6층으로 옮기고 이름을 바꿔 최근 다시 문을 연 공간이다. 윤정원의 전이 열리고 있는 이 곳은 미술 전시장 같지 않다.

한복판을 차지한 큼지막한 바 테이블, 상점에 물건 진열하듯 인형ㆍ가방ㆍ모자 등을 늘어놓은 선반, 작품 재료들로 꽉 찬 작가의 작업대, 옷걸이에 줄줄이 걸린 옷, 창가를 따라 배치한 의자와 탁자, 연두빛과 자줏빛의 벽, 별ㆍ꽃ㆍ하트 등 여러 모양의 액세서리용 플라스틱 조각으로 치장한 샹들리에. 이 모든 게 윤정원의 작품이거나 그의 생각대로 한 것이다.

갤러리 측이 1년간 마음대로 꾸미고 작업하고 전시하라고 공간을 내줬다. 작품과 작가와 관객이 좀 더 가깝게 소통하는 새로운 전시 방식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파격적인 실험이다.

윤정원은 매일 여기서 작업하고, 찾아온 사람들과 바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도 한다. 커피와 와인, 맥주를 파는 이 바의 아르바이트 생이 입고 있는 분홍색 형광 원피스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기성품을 개조하거나 장식을 붙여 재치 있는 작품을 만든다. 털실로 머리를 둘둘 말고 몸을 친친 감은 채 나란히 도열한 바비 인형, 의류상표로 닥지닥지 기운 셔츠, 분홍색 하트 조각이 달린 가방 등 작품마다 톡톡 튀고 유쾌한데다, 상점의 물건처럼 배치해서 부담 없이 구경하고 즐길 수 있다.

옷은 입어보라고 탈의실까지 갖췄다. 작가는 이 별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신나죠, 뭐. 이거야말로 윤정원 세상이잖아요? 친구집에 놀러가듯 누구든 편하게 와서 보고 쉬고 가세요.”

◆아르코 임대 프로젝트

아르코미술관(02-760-4598) 제3전시실을 작가의 일상 작업 공간으로 바꿔 8주 동안 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쓰든 작가 맘대로다. 올해는 네 명의 작가 김태중, 이진준, 이부록, 이종명을 선정했다.

낙서나 만화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 김태중이 1일까지 여기 머물면서 작업하고 전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이진준의 입주 공사가 한창이다. 김태중은 벽에 걸거나 기대 세운 자신의 그림들에 둘러싸인 채 작업을 하면서 관객들을 만났고, 어린이들과 워크숍도 했다. 실험적인 영상작업을 해온 이진준은 잘 정돈된 아틀리에를 꾸몄던 김태중과 달리 이 공간을 영화관처럼 만들고 있다. 자신의 비디오 작품을 틀고, 라운지를 꾸며 팝콘도 팔고, 가끔 연극 무대로도 바꿔 쓸 계획이다. 10월에 입주할 사진작가 이종명은 사진 스튜디오 겸 카페를 꾸밀 예정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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