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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관광업 "엔低,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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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관광업 "엔低, 미워"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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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외국인들로 넘쳐나던 서울 남대문시장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예전보다 뜸해졌다. 남대문시장에서 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김, 인삼, 송이버섯을 판매해 왔다는 윤병문 대성물산 대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약 1/3 가량 줄었다"며 "예전엔 1,000엔으로 1만1,000원~1만2,000원어치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젠 고작 7,000원어치 밖에 못사니까 구경만 하고 사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명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명동에서만 30년간 식당을 했다는 이경연 다도해물찜 사장은 "일본 사람들이 우리집 파전, 해물탕, 비빔밥, 게장 등을 워낙 좋아해서 작년까지는 하루 평균 25~30팀의 일본인들이 왔었다"며 "그런데 요즘은 많아야 10팀을 넘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가장 큰 폭의 '엔저 폭풍'으로 국내 유통 및 관광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100엔당 1,100원을 상회하던 원ㆍ엔 환율이 최근 700원 초반대로 내려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구매력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김치 김 라면 선식 홍삼 등을 구입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식품매장에도 관광객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 식품매장을 찾는 일본 관광객은 하루 250명 정도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20% 가량 줄어든 수치다. 백화점 관계자는 "엔화값이 싸지면서 매출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의 30~40%를 일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롯데호텔 면세점도 상황이 안 좋다. 1~5월 일본인의 구매건수는 지난해 대비 14% 감소했으며, 관련 매출액은 17%나 급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환율 영향으로 고가인 부띠끄 품목들을 구매하는 건수가 많이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평소 일본인 투숙비율이 55%에 달한다는 한 특급호텔 역시 2005년 –0.8%, 2006년 –15%, 2007년 4월까지 –5%로 매년 일본인 투숙객이 줄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인들의 일본 방문은 크게 늘고 있다. 가까운 거리인데다가 엔저로 여행경비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 특히 도쿄 지유가오카, 다이칸야마와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아메리카무라 등이 쇼핑가와 맛집이 많아 인기가 높다.

회사원 주지영(29)씨는 지난 3월 남편과 함께 일본에 다녀온 데 이어, 올 여름 휴가도 일본으로 갈 계획이다. 당초에는 태국 방콕이나 빈탄을 생각했으나, 부산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이용해 큐수온천을 즐기는 것으로 변경했다.

호텔 숙박비와 선박료를 포함해 3박4일 일정에 드는 비용은 국내 휴가지보다도 훨씬 저렴한 1인당 30만원대. 주씨는 "일본은 2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에도 환율까지 뒷받침해줘서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에선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 명품브랜드 상품을 3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이 돈만으로도 여행비를 뽑고 남는다는 것이다.

투어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작년 국내 여행객들의 자유여행 1위 지역은 홍콩이었으나 올해에는 일본이 1위로 올라섰다. 또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 일본 자유여행 예약건수는 무려 41% 증가했다.

금요일밤에 출발해 관광ㆍ쇼핑을 즐긴 뒤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는 '밤도깨비 여행'도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다. 밤도깨비 전문여행사 '여행박사'의 심원보 홍보팀장은 "6월25일부터 7월3일까지 여행박사를 통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작년 600명에서 올해 1,300명으로 늘었으며 주말을 이용한 도쿄 밤도깨비 여행은 계속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환율이 700원대 이하로 떨어진다면 국내 관광관련 업소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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