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다단계 사기조직 제이유 그룹에 대한 오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수도 제이유 그룹 회장이 사기혐의 등으로 이미 항소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는 등 사건의 파문이 거의 잊혀진 터라, 사기극의 울타리 노릇을 한 권력주변 인사들의 비리를 추적한 검찰수사에 관심 갖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헤아린 권력과 검찰이 대단찮은 수사결과로 공권력이 얽힌 스캔들이 수습됐다고 여기는 것과, 추잡한 내막을 짐작하는 국민이 권력과 검찰을 비웃는 것은 별개다. 권력과 검찰은 스스로 권위를 훼손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단계 판매의 허울을 쓴 제이유 그룹의 금융사기 행각은 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피해만 2조 1,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 특유의 요설과 유혹에 넘어가 패가망신하거나 목숨까지 버린 피해자를 고려하면, 사회에 끼친 해악과 범죄성은 극악한 수준이다.
법치사회가 아니라면 그야말로 불문곡직, 국기와 민심을 흔든 대죄로 다스릴 만 하다. 공연한 과장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이런 사기 집단은 국가와 공권력의 정통성과 권위를 잠식하는 위험요소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제이유의 사기행각이 사회 문제로 불거졌을 때, 국가정보원이 먼저 정ㆍ관계 비호 실태를 보고한 것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사정비서관과 권력실세 정치인, 검찰과 경찰 간부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은 권위주의 시대에도 엄하게 추궁했을 것이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제이유와 유착한 정ㆍ관계 인사들이 이런저런 비호를 제공한 대가로 몇 억원씩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이 정부는 끝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의 피의자 인권침해를 빌미로 사건 핵심을 흐리는 데 힘썼다. 일부 언론도 이를 도왔다.
검찰수사는 결국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상우 염동연 이부영 서경석 등 비리에 연루된 인사를 대부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끝난 수사는 공권력이 황당무계한 희대의 사기극에 들러리 선 희극을 새삼 돋보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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