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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케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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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케팅 세상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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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시의 존 스트리트 시장이 지난 달 29일 새벽 간이의자와 PC를 들고 시청 근처에 있는 AT&T 직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했다.

동부시간으로 저녁 6시를 기해 미국 전역에서 첫 출시되는 애플사의 아이폰(iPhone)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를 본 시민들이 "범죄 빈발 등 불안한 시정은 팽개친 채…"라고 수근거렸으나, 본인은 "PC만 있으면 어디서든 집무할 수 있는 시대 아니냐"고 버텼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들의 질책이 계속되자, 이 첨단기기 마니아도 결국 손들 들었다. 대신 측근에게 줄을 서게 하고.

▦ 외신이 전한 아이데이(iDayㆍ아이폰 출시일)에 벌어진 수많은 진풍경의 하나다. 이른바 아이포니악(iPhoniacㆍ아이폰 광신자)들이 도시마다 수일 전부터 '노숙' 구매대열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재빠른 상혼은 아이웨이트(iWait)라는 줄서기 대행업으로 적잖은 돈을 벌었다.

499~599달러에 팔린 아이폰은 전화, 음악ㆍ동영상,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등의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탁월한 인터넷 사용환경을 앞세운다. 그래도 'Jesus Phone'이라는 숭배적 별칭을 얻은 데는 애플 특유의 매혹적 디자인과 아이콘 터치방식의 기술력이 더 기여했다.

▦ 하지만 시판 하루 남짓만에 20만대 이상 팔린 힘은 역시 '마케팅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 회장에게서 나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잡스는 올 1월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엑스포'에서 아이폰을 선보였고, 2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선 마릴린 먼로와 로버트 드니로가 "헬로"라고 말하는 영화장면을 편집한 광고로 눈길을 끄는 등, 6개월 동안 각종 신비주의적 광고전략으로 소비자들을 안달하게 했다. "포드의 머스탱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가 만든 마케팅 신화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이란 찬사가 붙는 이유다.

▦ 그러나 막상 써본 사람들의 반응은 신통찮다. 언론들도 "기존의 어느 휴대폰에도 없는 기능이 있지만 정작 모든 휴대폰에 있는 기본적 기능은 없다"고 비꼰다. 애플의 음악프로그램 아이튠스(iTunes)와 연결하는 개통과정이 쉽지않고, 내장배터리 채용에 따른 배터리 교체와 터치스크린의 문자입력 방식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폰이 올해 말 유럽에, 내년 초 아시아에 상륙할 때쯤이면 호들갑도 크게 식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세상을 바꾸어온 애플의 명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반도체 값이 오른다는 굿뉴스도 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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