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무력화 시도로 내신 1~4등급 만점 처리를 강행하거나 실질반영률을 50%까지 확대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6월13일 황인철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 내신 관련 브리핑) “정부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다만 입학처장 협의회가 건의안을 내면 내용은 검토할 수 있다.”(6월24일 서남수 교육부 차관, 대입 현안 2차 브리핑)
이른바 ‘내신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적어도 6월말까지는 이런 강경 입장에서 한발 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신 무시’ 대학으로 지목한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6개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내신 등급 만점 처리 방안을 백지화하는 대신 실질반영률 50% 확대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을 때도 요지부동이었다.
“강행하면 제재한다”는 게 교육부의 일관된 자세였다. 그러나 4일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긴급 회동을 갖고 내신 실질반영률 단계적 확대에 합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학에 ‘백기’를 든 꼴이 됐다.
■ 입장 선회 배경
교육부가 급작스럽게 후퇴한 배경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내신 논란이 확산되면서 수험생들은 극도의 불안과 혼란에 휩싸이게 됐고,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교육부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컸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5일 시행)을 불과 4개월 여 정도 남기고 대입 논란이 장기화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인식이 교육부 내부에 조성됐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신 문제로 자칫 등급제가 적용되는 새 대입 제도가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었다.
지난달 29일 사립대 총장들에 이어 2일 서울ㆍ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가 내신 실질반영률 50% 확대에 반기를 들고, 3일에는 국ㆍ공립대 교수들까지 가세하면서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교육부가 조기 진화 차원에서 들고 나온 ‘마지막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 고위관계자가 “내신 논란이 대학 자율성 문제로 비화하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 어떤 식으로든 차단이 필요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교육부는 3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대입 관련 청(靑)- 정(政) 대책회의 직후 “한발 물러서자”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정 회의에서는 내신 논란 사태 수습 방안이 집중 논의됐으며, 내신 실질반영률 단계적 확대 수용이 핵심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망과 과제
교육부와 대교협이 내신 해법에 합의함으로써 대다수 대학들은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전형안 마련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지난해처럼 내신 실질반영률을 5% 이내에서 결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합의안이 “학생부 반영비율은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되어있는 만큼 실질반영률이 최소 10%이상은 될 게 확실시 된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들은 이번 기회에 내신 실질반영률을 포함한 학생 선발권 일체를 대학으로 넘겨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입학전형은 대학 고유의 업무이자 권한”이라고 선포했고, 서울대와 고려대 교수들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새 대입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교육계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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