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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폴리텍대구섬유패션대학 '51세 새내기' 서상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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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생, 길이 있다] 폴리텍대구섬유패션대학 '51세 새내기' 서상춘씨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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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한국폴리텍대구섬유패션대학의 니트디자인과 1학년 서상춘(51)씨는 “더 나이 먹기 전에 내 삶을 새롭게 다시 디자인하기 위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그는 주로 스포츠 관련 옷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2년 과정을 마친 뒤 수영복, 등산복, 스포츠 타월 등 기능성 스포츠 웨어 분야에서 일할 생각이다.

그는 “섬유업이 사양길이라지만 기능성 패션쪽은 여전히 유망하다”며 “그래서 26년 동안 해온 인쇄업을 과감히 버리고 업종을 전환키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 활동이다. 쉰을 넘어 머리가 녹슬어 가는 중년의 남자가 의욕만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만만찮은 영역이다. 서씨는 과에서는 물론 대학 내에서도 최고령이다.

그래도 아들 뻘의 20대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단다. 디자인을 공부해 성공하겠다는 꿈은 나이와 상관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무딘 디자인 감각을 벼리기 위해 그는 올 봄부터 각종 패션 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뜨거운 포즈의 민망스러운 사진도 “뚫어져라” 쳐다본다. 많은 젊은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팅 등을 즐기는 대구 두류공원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 젊은 감각을 익힌다.

다양한 수영복을 볼 수 있는 수영장은 스포츠웨어 디자인 공부를 위한 또 다른 강의실이다. 그는 “수영장에서 보이는 건 오직 수영복뿐”이라며 허허 웃었다.

그는 디자인 쪽에 완전 문외한은 아니다. 그의 인쇄소는 주로 대구 섬유 업체들의 기획 광고물을 만든다. 26년간 광고물을 만들면서 익힌 색깔에 대한 감각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서씨는 “모방이 곧 창조라는 말이 있듯이 잘 된 남의 디자인을 보고 내 것으로 응용만 잘 해도 반은 성공”이라며 “우선 잘 된 작품을 보고 감동할 줄 하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아이디어 짜내느라 머리에 쥐가 나고, 암호 해독 수준인 전공책을 대할 땐 눈 앞이 깜깜해져도, 디자인 공부가 너무 즐겁다. 자신의 제품을 입을 모델도 미리 찍어 두었다.

등산복은 마라톤 이봉주 선수, 수영복은 박태환 선수와 배우 장미희씨다. 물론 현재까지는 서씨만의 생각이다. 그러나 맨 처음 만드는 수영복은 가장 먼저 아내 이병선(48)씨에게 입혀 볼 요량이다.

가족들은 든든한 후원자다. “아빠가 그 나이에 디자인 공부 하려면 머리 꽤나 아플 건데”라며 시큰둥했던 대학교 3학년 딸 현진(21)씨는 이제 서씨에게 각종 패션 잡지를 조달하는 주요 공급책이 됐다.

대학 1학년 아들 영훈(19)군은 서씨를 ‘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160cm를 조금 넘는 작은 키지만 꿈과 열정만은 거인보다 크기 때문이다. 아내 역시 백화점이나 동네에서 만나는 또래의 중년 여성들의 패션 경향을 전하느라 바쁘다.

서씨는 “나이 들어 머리카락이 하얗게 돼도 항상 도전하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이라며 “디자인 분야를 열심히 갈고 닦아 멋진 새 인생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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