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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이폰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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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입양을 하겠다고 약속한 변호사 부부는 말을 바꿨다. 여자 아이가 아니어서다. 대학생 미혼모인 아이 어머니는 다른 양부모를 찾았다. 그러나 그 부부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실을 알고는 입양을 거절했다.

양부모는 반드시 아이를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아이를 맡을 수 있었다. 성장한 아이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1학기만 마치고 자퇴한다. 양부모가 평생 모은 돈을 자신 학비로 다 써야 할 판이었다.

돌아보면 최고의 결정이었다. 정규 강의 대신 흥미 있는 과목을 골라 청강을 하면서 후에 그의 사업에 영감을 준 지적 자양분을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 우울한 어린 시절의 주인공은 미국 애플사의 회장 스티브 잡스다. 그는 20대에 세계 최초의 개인용 PC를 만들어 세상을 바꿔놓았지만 서른이 되던 해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난다.

수치심에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련도 축복이었다고 말한다. "성공의 무거움은 다시 시작하는 가벼움으로 바뀌었다." 스스로 최고의 창조적인 시기라고 꼽는 이 시련기에 잡스는 세계최초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10년 만에 애플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 10년이 흘러 그는 다시 '아이폰(iphone)'이란 혁신적 제품으로 세상을 흥분시키고 있다. 지난 달 29일 출시 이후 미 전역에서 이 제품을 사기 위해 판매점마다 장사진을 이룬다는 소식이다.

1억 개 이상이 팔린 애플의 히트상품 '아이팟(ipod)에 휴대전화 기능을 결합한 아이폰은 세계 시장에 태풍을 예고한다. 애플 컴퓨터가 편리한 윈도방식과 마우스를 처음 도입했듯이, 아이폰도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한 '사용자 편의주의'가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 아이폰 선풍은 우리 기업에게는 불길한 소식이다. 애플은 내년에 1,000만 대를 판매해 세계 휴대전화시장 점유율 1%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다. 이 분야 세계 3위인 삼성은 12.7%, 5위인 LG는 6.5%의 시장 점유율로 한참 앞서있지만 무시하긴 어렵다.

환율과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국내 기업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잡스가 2005년 6월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감동적인 연설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쓰린 역경을 성공으로 승화한 그의 진솔한 사연 때문이었다. 연설의 마지막 말은 졸업생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배고파 하고, 늘 어리석어라).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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