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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株맞교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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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株맞교환' 바람

입력
2007.07.0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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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위협에 시달려온 국내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교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식을 맞교환하면 비상시 서로에게 든든한 '백기사'(경영진의 우호세력)가 될 수 있는데다, 상대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거나 주가가 오를 경우 배당과 주가차익으로 부수입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KT&G는 3일 자사주 300만주(2.03%)를 전일 종가인 6만7,300원에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신한은행에 넘겼다. 총 매입대금은 2,019억원. 이에 앞서 KT&G는 지난달 20일 신한은행으로부터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주식 350만주를 1,967억원에 사들였다. 양측이 2,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맞바꾼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현금성 자산이 풍부하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춘 두 회사가 이번 지분 맞교환을 통해 외국계 펀드 등의 적대적 M&A 위협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KT&G는 그동안 스틸 파트너스, 칼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들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신한금융지주도 9.06%의 지분을 가진 BNP파리바가 단일 최대주주인 까닭에 경영권 안정을 위한 우호세력 확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올 초에도 신한은행은 크라운제과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각각 크라운제과와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두 회사는 주식 매입 사유가 '투자를 통한 수익성 제고'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장하성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크라운제과에 대해 신한은행이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통과와 관련해 연일 M&A 관련 루머가 끊이지 않는 증권업계에서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모시기가 활발하다.

지난 달 코리안리는 미국계 노이버거앤버만으로부터 신영증권 주식 30만주(3.20%)를 195억원에 사들였으며, 1주일 뒤 신영증권도 코리안리 자사주 150만주(1.34%)를 199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앞서 부국증권과 한국단자도 각각 상대방 자사주 40만주와 37만주를 교환 매입했다.

사업상 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지분을 교환하는 사례도 있다. 아르셀로 미탈 등 글로벌 철강업체들의 M&A 위협에 시달려온 포스코와 이 회사로부터 조선용 후판을 공급 받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자사주 1%씩을 맞바꾸기로 했다. 상호간 적대적 M&A에 대비해 '백기사'도 되고, 안정적인 공급ㆍ거래선을 확보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상장사간 지분 교환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와 연관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즉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므로, 과거처럼 경영권 방어에 계열사를 동원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양증권 김연우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주주 간에 마음이 맞는 업체끼리 주식을 교환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권 안정을 목적으로 한 지분 교환이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기업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영권이 지나치게 공고해지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실장은 "적대적 M&A라 해도 주체나 방식에 따라 피인수 기업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가변적"이라며 "따라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교환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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