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재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국 의회 내에서 (한미 FTA 비준 문제가) 원활하게 다뤄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배경부터 짚어보자. 한국과 미국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을 마쳤다. 하지만 미 의회쪽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공화당 정부에 분풀이를 하려는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잔뜩 칼을 갈고 있다. 특히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미 FTA 비준을 거부하겠다는 의원들이 수십 명이나 된다. 상황이 이러니 이 글 첫머리에 꺼낸 말에 담긴 현실 인식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이 말은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이 3일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한 것이다. 미국 협상단이나 의원이라면 몰라도 협상에 참여했던 우리 측 외교관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듣기에 따라서는 “미 의회의 비준을 위해 ‘우리가’ 쇠고기를 재수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발언의 앞뒤를 살펴보면 말 그대로 단지 미 의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말 트집 잡기 아니냐는 반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론하는 것은 이런 사소한 발언들이 반복되면서 “위생 검역과 FTA는 별개”라는 정부의 원칙이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어려워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5월 말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9월 중 8단계 수입위험평가 절차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며 넌지시 수입일정을 약속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한미 FTA가 마무리되면서 피해 분야가 다시 떠오르는 때다. 미 의회보다는 우리 축산 농가가 더 걱정이다.
진성훈 경제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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