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49)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의료급여환자 본인부담금제의 전면 거부를 선언하는 등 취임 초부터 정부 정책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8월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정률제와 9월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등 민감한 사안들의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의협 새 지도부가 보건복지부와 얼마나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달 27일 당선된 주 회장 등 새 지도부는 역대 최연소로 구성돼 만만치 않은 투쟁역량을 결집시킬 것으로 보여 복지부와의 강한 마찰이 예상된다.
의협은 2일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의료급여환자 본인부담금제에 대해 위헌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1일부터 시행된 의료급여환자 본인부담금제가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는 제도라며 수용을 거부했고 동네 의원은 예전처럼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 지도부의 강경 조치는 대 정부 투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교두보 확보라는 해석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는 특정 성분만 처방하고, 약사가 특정 약을 선택토록 하는 제도다. 대한약사회는 그 동안 의사들이 특정 약 처방권을 독점하면서 재고처리 문제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제약사 리베이트 제공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복지부는 현재와 같은 의사 처방권이 비싼 오리지널 약 처방을 강요,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의사 처방권의 심각한 훼손으로 간주하고 있다. 주 회장은 선거운동 때 “성분명 처방을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저지”를 천명했고, 시ㆍ도 의사회에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에 따른 약물사고 사례 수집을 요청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의협은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정률제도 양보할 수 없는 현안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3,000원, 약값이 1만원 아래면 1,500원을 내는 경증환자 정액부담제가 시행돼 왔다. 그러나 8월부터는 모든 환자가 진료비의 30%를 정률로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경증 질환자의 ‘의료 쇼핑’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정률제를 도입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정률제가 시행되면 환자들이 줄면서 수입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만성병 환자들을 중병 환자로 양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새 지도부는 사안마다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장외투쟁은 일단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장외 투쟁이 국민과의 거리감만 만들고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박경철 의협 대변인은 “국민을 외면한 과거식 투쟁을 택하진 않는다. 장외투쟁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허를 찌르는 투쟁방법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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