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아홉 생일이라고 별 다를 게 있나, 조촐하게 밥 한 그릇 같이 먹으면 되지….”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15세 종손 이동은(사진)옹이 4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종택에서 우리 나이로 아흔아홉살 생일상을 받는다. 아들 근필(75), 손자 치억(32)씨와 손자며느리(30) 등은 이날 이 옹에게 큰절을 올리고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매일 아침 배와 발바닥을 1,000번씩 비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이 옹은 수십년째 퇴계의 건강서 ‘활인심방(活人心方)’을 부지런히 읽고 실천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2005년 기관지에 중병을 앓기 전에는 새벽 1시에 열리는 기제사에도 꼿꼿하게 자리를 지켜 젊은이들을 주눅들게 했다. 지금도 귀가 어두운 아들 근필씨를 대신, 종택 솟을대문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기도 한다.
“조부와 선친이 팔순을 넘겼지만 진성 이씨 집안에서 아흔 넘어 백살 가까이 산 조상님이 없다”는 그는 “당시로는 장수하신 퇴계 할아버지도 칠십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또 “젊을 때부터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하루 세끼 밥과 된장만 있으면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다”고 말했다.
1909년 음력 5월20일생인 그는 유년기와 청년기 대부분을 일제치하에서 불우하게 지냈다. 경북중 재학시절 “왜놈 학문 배워서 어디 쓰겠느냐”는 집안 어른들의 불호령에 공교육과는 담을 쌓은 그는 성리학을 공부하고 집안을 건사하며 한평생을 바쁘게 살아왔다.
이 옹은 9년 전 89세로 세상을 떠난 부인 김태남씨와의 금실도 남달랐다. “옛날 종손들은 장가를 여러 번 들기도 했지만 이동은 할아버지는 부인을 평생의 반려자로 여겼다”는 것이 주위의 말이다.
평생 유학을 공부한 그는 염치와 예의가 사라져가는 최근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국가를 경영하는 공직자나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고서야 세상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한다”는 그는 “도덕으로 나라를 경영해야 한다”고 일성을 내질렀다.
안동=권정식 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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