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지도자들이 성지를 함께 순례하면서 타 종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종교간 평화를 모색한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지관스님) 소속 7대 종교 대표자들은 2일 대구 계산성당을 비롯해 대구, 경북 지역에 있는 각 종교 성지를 함께 방문했다. 종교 수장들이 타 종교의 성지를 합동 순례하는 것은 처음이다.
1박 2일간 버스를 타고 숙식을 함께 하는 종교 지도자는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천주교 주교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 주교,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 성균관 최근덕 관장, 천도교 김동환 교령, 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 등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는 해외출장중인 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를 대신해 공동대표 중 한명인 한창영 목사가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대화를 통한 종교간 평화 진작과 상호 이해 등을 위해 마련됐다. 앞서 4월에는 북한산 진관사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사찰음식을 함께 공양하면서 상호 이해를 다지기도 했다.
종교별로 3명씩 모두 20여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2일 대구 계산성당, 원불교 경북 성주성지, 경북 청도 운문사 등을 들렀다. 순례단은 먼저 계산성당에서 유물전시관 등을 둘러본 뒤 김보록 로베르 초대본당 신부의동산에 ‘화합과 평화’로 이름 붙인 소나무를 기념식수했다.
계산성당은 프랑스의 로베르 신부가 1899년 건축한 목조십자형 기와집 성당이 화재로 불타자 그 자리에 다시 세운 성당으로 사적 290호로 지정돼 있다. 원불교 제2대 정산 종법사가 태어나고 구도생활을 한 성주 성지에서 순례단은 정산 종법사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2000년에 세운 대각전 등에서 원불교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앞 뜰에서 기념 식수를 했다.
운문사에서는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사찰 음식을 공양했다. 운문사는 원광법사가 신라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하고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한 유서 깊은 사찰로 비구니 260여명이 수학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비구니 교육 도량이다.
이날 지관스님은 “각 교계가 자신의 할 일을 다하고 화합해서 앞으로도 이 같은 성지 순례를 자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신학생들과 함께 운문사를 찾은 적이 있다는 김희중 주교는 “이번 순례를 통해 각 종교 창시자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종교간 화합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으며, 타 종교 지도자들이 운문사에서 참배할 때 혼자 서 있던 한창영 한기총 대표는 “종교적 이유 때문에 절을 하지 않았지만, 종교가 함께 추구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기도했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3일에는 경주 용담정(천도교), 경주 향교(성균관), 경북 영천 자천교회(기독교)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1997년 출범한 종교지도자협의회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성균관 천도교 민족종교 등 7대 종교 대표가 참여하고 있으며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 활동해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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