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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式 경영'은 코뿔소와 여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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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式 경영'은 코뿔소와 여우 작전

입력
2007.07.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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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의 코뿔소라는 강성 이미지를 활용해 기선을 제압하고, 여우처럼 유연하게 실속을 챙긴다."

치열한 행장 공모 경쟁과 노동조합의 취임 반대 구호 속에 닻을 올린 3기 우리은행의 '박해춘식 경영'이 이번 주 출범 100일을 맞으면서 그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박 행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것은 조직개편, 신용카드 영업 강화, 투자은행(IB) 강화, 현장경영 중시 등으로 요약되는데, 박 행장은 이 4개 과제의 성격과 우리은행의 역량에 맞춰 '코뿔소와 여우 작전'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카드 부활 신화의 주인공인 박 행장은 우선 신용카드 사업에서 거침없는 코뿔소작전을 펴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이랜드 그룹의 제휴카드사 선정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결정됐다.

카드시장 점유율 6%대, 가입자수 기준 국내 7위에 불과한 우리은행 카드가 대형 카드사들을 제치고 대형 유통그룹의 독점계약사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은행은 또 전국에 250여개 매장을 보유한 하이마트와도 조만간 제휴계약을 맺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박해춘 카드'라는 별명이 붙은 '우리V카드'는 출시 50일만에 33만 고객을 확보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같은 성공에는 '박해춘식 경영'의 저돌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4월초만 해도 카드영업소 2곳, 카드모집인 30여명에 불과했던 우리은행은 박 행장 취임 석 달 만에 영업소와 모집인을 각각 12개, 680명으로 늘리는 등 영업조직을 크게 확충했다.

하반기에는 영업소 20개를 더 세우고 카드모집인도 1,5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박 행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카드점유율 10%대 달성 목표시한을'3년 내'에서 '1년 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우리은행 조직개편안은 박 행장의 코뿔소ㆍ여우 전략의 적절한 조합으로 볼 수 있다. 취임 당시 박 행장은 "항아리형인 은행 조직을 피라미드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 중간 간부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막상 꺼내든 카드는 양적 구조조정보다는 영업지원본부와 카드기업영업팀을 신설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질적 조직개편이었다.

LG카드 사장 시절부터 대외적으로는 노조에 대해 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박 행장의 능수능란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장 경영 중시와 IB 역량 강화는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의 장점을 지켜나가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박 행장은 이 분야에서는 여우처럼 유연함과 신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취임 직후 해빛정보㈜와 동양강철㈜ 등 중소업체를 가장 먼저 방문해 일선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은행 경험이 전무하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IB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취임하기 전인 올 초 설정됐던 목표의 2배 수준에 달하는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을 천명했다.

오랫 동안 박 행장을 지켜본 한 금융권 인사는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 시절 삼성화재 상무 출신임에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택을 가압류 하겠다고 공개 경고해 삼성으로부터 9,4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며 "그렇지만 그런 저돌성은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서도 박해춘식 경영이 다시 한번 성공신화를 일궈낼 지는 속단할 순 없지만 일단 첫단추는 제대로 끼워졌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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