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대부분 사찰) 관람료를 둘러싼 마찰이 심각하다는 보도(한국일보 2일자 12면)는 이 정부가 얼마나 행정 처리에 미숙하고 소극적이며, 국민 의식에 무관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선 문화재 관람료 형태로 돈을 받고 있다. 관람료를 인상한 곳도 많다. 등산객들과 충돌이 없을 수 없다.
정부는 올해 초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문화ㆍ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다. 국립공원 입장객과 문화재 관람객의 분리로 줄어드는 사찰의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전통문화재에 대한 유지ㆍ관리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은 약속 이행이 전제되지 않는다며 종전처럼 입장객 모두에게 관람료를 받고, 사찰 관람을 하지 않는다는 일반 등산객들은 정부 발표에 따라 당연히 무료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국민의 짜증만 돋우고 있다.
물론 갈등의 일차적 책임은 사찰에 있다. 입장료와 관람료 문제는 통합이든 분리든 정부나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협의에 따를 일이지 일반 등산객들과의 대결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권한이 사찰측에 있다는 문화재보호법의 규정을 들고 있지만, 국립공원 입구 입장권 판매소에서 문화재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근거가 없다.
그런데 정부의 무관심은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빚었다. 시책 발표 전은 물론 그 후에도 이해당사자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고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입장료를 없애고도 입장권 매표소를 없애지 못하고 관람권 매표소로 사용토록 묵인하는 등 불교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우리는 국립공원 무료화 시책이 발표됐을 때 이런 갈등을 경고하며 새로운 매표소 설치와 사찰 우회로 마련 등 충분한 준비를 주문했었다. 지금이라도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짜증을 삭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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