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제품이 잘 팔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s)란새로운 소비자집단이 어느새 세계 시장을 좌우하는 거대한 파워그룹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보다 사회적 평판에 더 신경을 쓴다는 점에서 가격과 품질로 제품을 택했던 지금까지의 소비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유엔이 이들을 주목했다. 유엔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2일 윤리적 소비자 개념을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도 사회적 책임(CSR) 실천을 위한 자발적 국제협약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가입 기업들의 CEO들에 대한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이날 `경쟁의 새 규칙 형성'이라는 보고서에서 발표했다.
매킨지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의류 제조업체인 MAS 홀딩스는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윤리적 마인드를 가진 글로벌 의류 브랜드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 회사는 사내 3만5,000명에 달하는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정보기술, 사회 내 여성의 역할 등 다양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용,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뿐 아니라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 등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기업 전형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착실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유기농 제품도 윤리적 개념이 판매에 직접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이다. 유기농 제품은 값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연간 15~21%씩 매출이 성장하는 반면, 전통적인 제품은 2~3% 성장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보다 유기농 제품의 무공해성, 자연친화적 가치를 구매 결정 요인으로 더 중시하는 데서 오는 새로운 소비 형태이다.
매킨지가 세계 116개국 약 3,000여개사에 달하는 UNGC 가입 기업들의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거쳐 작성한 보고서는 ‘윤리적 소비자’의 정의를 ‘제품 구매결정을 할 때 최소 몇 번 정도는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감안하는 소비자’로 규정했다.
한편 UNCG는 이날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원기업 대표자회의를 사흘 앞두고 별도로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UNCG에 가입한 가장 큰 동기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UNCG가 가입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신뢰도 제고’를 위해 가입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63%(중복응답 포함)를 차지해, 기업 역시 UNCG 활동이 기업 신뢰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NCG는 인권과 노동, 환경, 반부패 등 4대 분야 10개 원칙을 기업경영에 자발적으로 반영토록 해 유엔의 이상과 기업활동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가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말 현재 29개사에 그쳐 중국(72개), 필리핀(46개)보다도 뒤쳐지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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