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전경보… 불안한 Open Sky(취항 제한 않는 항공 자유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전경보… 불안한 Open Sky(취항 제한 않는 항공 자유화)

입력
2007.07.03 00:16
0 0

올 여름 동남아시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40)씨는 요즘 불안하다. 캄보디아 프로그래스멀티항공 사고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태국 국적 오리엔트타이항공이 출발지연으로 물의를 빚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김씨는 “최근 외국 국적 항공사들의 대거 취항으로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고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아선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휴가철 하늘길이 불안하다. 기종 노후화, 정비 불량, 안전불감증 등 준비되지 않은 외국 국적 항공사들이 대거 취항에 나서면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정부가 추진하는 항공자유화 정책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항공사의 적극적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각 국과 항공자유화협정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항공자유화 협정이란 해당 국가간에 항공기의 진출을 무제한 허용하는 국가간 협약이다.

캄보디아가 대표적인 예. 캄보디아는 지난 해 우리나라와 이 협정을 맺자마자 2개 항공사를 국내 취항시켰는데, 최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인근에서 한국인 탑승자 전원사망 추락사고를 낸 프로그래스멀티항공도 이런 연유에서 국내 취항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잇따라 자유화협정을 맺거나 체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 항공사들의 비행기들은 우리나라 국적기에 비해 오래된 기종이 많다. 실제로 프로그래스멀티항공이 국내에 취항하는 MD-83 기종은 노후 기종으로 분류돼, 국적기들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캄보디아 국적기인 로얄크메르항공이 사용하는 보잉737-200 기종도 이미 단종된 지 오래다.

최근 국내에 4편의 항공기를 취항한 필리핀 국적기들도 노후기종이 많다. 5월부터 취항한 아시안스피릿항공이 인천-깔리보 구간에 띄우는 MD-82는 오래된 비행기이며, 대구-마닐라 구간에 부정기편으로 운항중인 에어필리핀의 항공기 역시 단종기종(보잉737-200)이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이들 항공사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해당 항공사가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한 운항ㆍ정비기준 등만 맞추면 정부가 운항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선 운항 경험이 없는 신생 항공사가 노후 항공기를 가지고 허가를 요청해도, 과거 사고 전력만 없으면 운항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A항공사 관계자는 “노후화한 항공기가 안전과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잦은 부품교체 등으로 인해 지연이나 결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며 “이런 일이 많아지면 당연히 승객들이 불안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동남아 국가에서 취항하는 항공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잦은 지연과 결항으로 물의를 빚은 태국의 오리엔트타이항공은 지난 달 27일 방콕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 직전 또다시 기체결함이 발견돼 2시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발리 노선에 낡은 DC-10 기종을 띄우면서 기체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가 최근 에어버스 330 기종으로 바꿔 재취항하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1~2대의 노후 항공기로 한국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항공사는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기체결함이 발견될 경우 대체항공기가 없는 만큼 엄청난 불편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태국의 푸껫에어와 인도네시아의 에어파라다이스 항공사 등은 1대의 항공기만으로 국내 취항에 나섰다가 잦은 결항사고로 결국 퇴출되기도 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자유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해당 항공사 대상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사고항공사 퇴출 등 제재를 통해 안전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