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수주 및 납품 알선 대가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20명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업체와 공무원간 검은 거래가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보여 줬다.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무관 서모(47)씨는 지난해 6월 경제자유청에서 발주하는 207억원 규모의 조립식 철근 콘크리트 제조 입찰에 참여한 T사 대표 이모(45)씨에게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600만원을 받았다.
서씨는 두 달 후 40억원 규모의 송도신도시 건설공사 감리용역 업체 선정과 관련, 이씨한테 쏘렌토 1대를 받기도 했다. 서씨가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챙긴 뇌물은 6,000만원에 달했다.
조달청과 환경부 공무원은 입찰 편의와 하수관 개량공사 납품 승인과 관련해 T사에서 현금과 고급 골프채를 챙겼다.
서초 등 서울시내 6개 구청 공무원 9명은 “공사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300만원을 받았다. 세무서와 국방부 공무원도 포함돼 있는 등 T사의 뇌물 고리는 거의 모든 공무원 조직에 연결됐다.
대형 건설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쌍용건설 현장소장 김모(44)씨는 경기 화성시 향남택지조성공사 협력업체 선정 대가로 하청업체 C사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
공무원들은 사전에 납품 업체와 짜고 기술제안서 평가항목을 조정하는 등의 ‘맞춤형 입찰’ 방식으로 제안서 평가 때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T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파면된 서울 모 구청 토목사무관 출신 안모(53)씨를 부사장으로 고용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명절 선물과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토록 했다.
하나은행 최연소 여성 지점장을 지낸 김모(44)씨를 관리이사로 고용, 가짜 세금계산서 작성과 차명계좌 활용 등으로 1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T사 이 대표와 전 사무관 서씨 등 4명에 대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돈을 받은 전ㆍ현직 공무원과 기업체 임직원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골프 접대를 받은 뒤 골프가방으로 현금을 건네 받는 등 지능적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T사가 공무원 200~300명을 급수에 따라 AㆍBㆍC 3등급으로 나눠 인삼, 술 등 명절 선물을 제공하며 체계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주는 ‘뇌물 장부’와 다이어리를 압수해 금품을 받은 공무원이 더 있는지 조사 중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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