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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1주년-무엇이 문제인가] <5·끝> 뿌리 깊은 '제주병(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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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1주년-무엇이 문제인가] <5·끝> 뿌리 깊은 '제주병(病)'

입력
2007.07.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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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발전을 위해 도민들이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최근 학술 세미나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던 서울 모 대학의 한 교수는 “도민들이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가 갖는 유ㆍ무형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당초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을 얘기할 때 이 같은 제주 ‘내부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가 앞으로 정부의 대폭적인 권한이양 등 제도적인 인프라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도민의식과 외국어 구사능력, 관행, 행정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제자유도시로 거듭나기는 힘들다.

사실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가 되려면 무엇보다 섬 전체가 ‘투자와 교역의 해방구’가 되어야 하지만 제주의 토양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도민의식 문제다. 제주사회에는 인재를 키우지 않으려는 소영웅주의와 유난히 강한 연고주의, 이기주의, 폐쇄주의, 책임회피주의가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제주병(病)’이다.

실제 외지인을 이방인 취급하고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비롯해 심지어 자신의 지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행태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세계시민’으로의 체질변화를 위한 노력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도가 2월부터 펼치고 있는 ‘뉴제주 운동’은 이러한 제주병을 고치기 위한 것이다. 관 주도의 의식개혁운동이라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효과는 제주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장 공무원들이 “예산과 선례, 근거, 권한, 시간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는 ‘5대 타령’ 버리기와 ‘공공의 적’ 퇴치운동을 전개해 700여건의 행정개선 항목을 찾아냈다. 시민ㆍ사회단체도 이에 화답하듯 의식개혁과제 발굴을 위한 토론회와 워크숍을 100여 차례 개최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뉴제주운동은 주민들이 직접 마을단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마을을 가꾸도록 하는 등 민간주도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진정한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 제주발전의 토양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드는 데는 도민들의 의식개혁 못지않게 외국어 구사능력도 중요하다. 사실 외국어 소통능력은 고도의 자치권을 바탕으로 ‘기업하기 좋은 동북아 허브’를 만드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국제자유도시는 말 그대로 사람과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이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소통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주도내 초ㆍ중ㆍ고교에서 외국어 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등 다양한 교과를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식 교육 등 도내 영어 공용화(公用化)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제주대 변종민(영어교육과) 교수는 “영어공용화는 지역민들이 영어를 국어처럼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제주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택시 상점 도로표지판에라도 영어사용을 일반화하는 등 제주도내 언어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리더십 부재도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 실현에 큰 장애물이다. 주요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빚는 지역민들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한 ‘반쪽 특별자치도’ 밖에 될 수 없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제주 해군기지 유치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 주민들간 갈등과 반목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제주도가 두쪽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대 하승수(법학부) 교수는 “제주 국제자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민들도 스스로 의식수준과 행동양식을 세계화, 선진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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