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 데츠야/서울문화사"하얀 재가 될 때까지" 시대정신의 대변자
1974년 7월 3일 홍수환이 프로복싱 WBA 밴텀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남아공의 더반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4차례 다운시키고 승리를 거둔 홍수환이 경기 후 했던 말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는 국민적 유행어가 됐고, 그는 3년 뒤에는 ‘4전 5기’ 신화까지 창조했다.
프로복싱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였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헝그리 정신 그 자체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도리없이 <도전자 허리케인> 이 그리워진다. 만화방에서 빌린 너덜너덜한 만화를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넘기던 기억, 주인공 허리케인을 흉내낸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뻗어보던 기억이다. 도전자>
<도전자 허리케인> 은 일본 만화의 거장 치바 데츠야(千葉徹也ㆍ68)가 1968년 창조한 캐릭터다. 반항아 야부키 죠. 사회의 냉대를 받는 고아, 소년원을 들락거리던 그가 왕년의 복서 단페이 노인을 만나 복싱을 배우고 수많은 강자들을 물리치며 세계챔피언에 도전하지만 결국 링에서 숨을 거둔다는 내용이다. 도전자>
“어설픈 젊음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 하얀 재가 될 때까지 미련없이 불태워 버리는 거야.” 죠는 곧 저항의 시대정신의 대변자였고, 이 만화는 1960, 70년대 일본 전공투(全共鬪) 세대의 바이블이었다고까지 불린다.
허리케인의 두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나는 ‘노가드 전법’.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피식 웃음을 흘리던 죠가 상대의 공격에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또 하나는 체중이 모자라는 그가 계체를 통과하기 위해 몰래 입 안에 납덩어리를 물던 처절한 모습이다. 1997년 <허리케인 죠> 라는 제목(20권)으로 국내에 다시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됐다고 한다. 허리케인>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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