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코스닥기업 에이디칩스 인수 계약을 맺었다가 전격 철회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SKT는 지난달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환사채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에이디칩스를 인수하는 안건이 부결됐다고 2일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가 이례적으로 중소 벤처기업 인수 건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에이디칩스 투자가 적정한지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이견이 있어 계획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에 에이디칩스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해 전체 발행주식의 36.2%에 달하는 308만주가 매도 잔량(팔려고 내놓았는데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물량)으로 쌓였지만 거래량은 1만100주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SKT는 지난달 에이디칩스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에이디칩스는 2001년 코스닥에 상장된 비메모리 반도체칩 제조ㆍ유통업체로 최근에는 로봇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당시 SKT는 “에이디칩스 인수로 다양한 컨버전스(융합) 서비스 출시가 더욱 빨라지고, 해외의존도가 높은 단말기 부품 핵심기술의 국산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각 증권 포털에는 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팍스넷의 아이디 ‘lsw2’라는 투자자는 “(인수) 소문이 난 뒤에 공시를 내더니 그것을 다시 취소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고 비난했다.
피인수가 무산된 에이디칩스 관계자는 SKT의 이사회 의결 이전에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한 것과 관련, “인수 및 공시 관련 일정은 전적으로 SKT 측에서 결정한 것으로 우리는 계약이나 발표를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며 “일방적 계약파기에 대해 책임을 물을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T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부 계약이었으므로 계약 파기는 법적,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에이디칩스 주가는 이번 인수 결정 및 번복 과정에서 매번 공시가 나기도 전에 급등락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다. SKT의 인수 발표 이후 2만6,850원까지 급등했던 에이디칩스의 주가는 25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급락, 인수 무산 발표가 나기 직전인 지난 주말에는 1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0일 인수 발표 당시에도, 월초 1만1,0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공시 직전에 1만6,900원까지 급등해 구설수에 올랐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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