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구경하러 온 게 아닌데 왜 관람료를 내야 합니까.”(국립공원 탐방객)
“국립공원 안에 문화재가 있으니까 관람료를 내고 들어 가야죠.”(국립공원 내 사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들과 공원 내 사찰간에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등산객들은 사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데도 요금을 징수하는 것은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사찰측은 문화재가 있는 땅을 통과하는 만큼 요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등산객들과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 징수하려는 사찰 고용인간에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심지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갈등이 계속되는 이유
정부는 문화재 관람료 시비가 예상되는데도 조계종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국립공원 입장료만 폐지했다. 지난해까지 입장료와 관람료를 동시 징수했으나 관람료 단독 징수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조계종은 보유 중인 문화재를 유지ㆍ관리하려면 관람료 징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의 범위를 단순히 사찰이 보유한 문화재에 국한할 게 아니라 절 주변 환경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또 국립공원 면적의 약 9%가 사찰 부지인 만큼, 정부가 국립공원구역을 해제하든지 토지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립공원 내 22개 사찰 가운데 설악산 백담사, 덕유산 백련사ㆍ안국사를 제외한 19개 사찰은 문화재 관람료(성인 기준 1,600~3,000원)를 받고 있다. 관람료도 올 봄 최고 43% 인상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권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측이 갖고 있다.
시민단체 강력 반발
아름다운산하 등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문화재 관람료 안내기 운동본부’는 1일 경기 동두천 소요산 국립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관람료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일부 사찰의 경우 문화재가 산꼭대기에 있는데도 사찰 부지를 통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관람료를 받고 있다”면서 “서울 숭례문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시민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는 전국의 사찰들이 정부로부터 사찰 환경개선사업비, 문화재 보수비, 전통사찰 지원비 등으로 연간 수백 억~수천 억원을 지원 받으면서도 ‘통행세’를 강제 징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름다운산하는 4월 조계종 총무원장과 일부 사찰 주지를 서울중앙지검에 문화재 관람료 불법징수 혐의로 고발 했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해결방안은 없나
정부와 조계종은 올해 초 ‘국립공원ㆍ문화재 관람료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6월 말까지 해법을 마련키로 했으나 약속했던 정례 회의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협의회는 3월 현지 조사를 통해 옛 입장료ㆍ관람료 매표 사무실 이전을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관람료 시비가 계속되자 사찰 매표소를 이전토록 조계종측에 요청했으나, 오대산 월정사 등 3곳만 이전하고 나머지 사찰은 지난해까지 입장료를 받았던 매표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각 사찰마다 관람료 징수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조계종이 이를 통합ㆍ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람료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불교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땅과 건물 소유권을 갖고 있는 매표소부터 먼저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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